독 한국교민 “초긴장”/재독 외국인들 안전대책 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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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대중교통 피하고 야간엔 외출삼가/「이」,유대인 귀국·국교단절 주장도
한국으로부터 입양된 소년이 27일 독일 남서부 슈투트가르트에서 극우파 4명에게 몽둥이·체인 등으로 폭행당한 사건이 발생,독일에 거주하는 3만여 한국교민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해 9월의 호이에로스베다사건이후 외국인에 대한 극우파의 테러가 독일 전역을 휩쓸고 있지만 한국인이 직접 당하기는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터키여인 3명이 소사한 사상 최악의 묄른사건 직후 발생한 이번 한국소년 피습사건을 계기로 독일주재 한국공관은 교민들의 안전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해 「넥타이차림의 정장으로 외출할 것」 등의 안전수칙을 교민들에게 우송했던 한국대사관과 영사관은 이번에도 이와 유사한 조치를 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독 한국대사관(대사 신동원)은 이미 지난 20일 주독지역 총영사회의를 개최,극우파의 외국인 테러 등에 대해 논의한뒤 교민들의 안전을 위해 독일정부 담당자 및 치안당국과 긴밀히 협조키로 한바 있다.
최근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극우파의 외국인 폭력이 계속되자 교민이나 상사주재원들은 대중교통수단 이용 안하기,야간외출 삼가기 등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마련해 실천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혐오증와 외국인 폭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구동독지역으로 출장을 자주 가야하는 베를린의 상사주재원이나 언론인들을 가급적 동독지역 출장을 기피하고 있으며,꼭 만나야 할 사람은 그래도 비교적 안전한 서베를린으로 불러 일을 처리하고 있다. 부득이 구동독지역으로 출장을 가야할 경우 거리에 주차할때 주위를 잘 살핀뒤 주차해야 한다. 동양사람이 자신들의 트라반트승용차보다 좋은 승용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면 누군가가 타이어의 바람을 빼놓거나 쇠붙이·돌 등으로 차를 긁어놓기 때문이다. 현지의 일본 공관이나 상사주재원들도 이같은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극우파에게 당하는데는 예외가 없다. 극우파들에게 아시아인들은 모두 터키인으로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독일 극우파의 외국인 폭력에 대해 전세계가 분노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정부가 일요일인 29일 비상각의를 열어 독일의 인종차별과 극우파 폭력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이는 최근 독일 도처에서 유대인 묘지와 기념물이 훼손되고 있는데다 며칠전 구서독의 부퍼탈에서 스킨헤드족(빡빡머리)들이 유대인으로 오인한 독일인을 집단구타한뒤 독주를 끼얹어 태워 죽인 사건이 발생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스라엘정부는 독일주재 자국대사를 업무협의형식으로 이날 소환하면서 독일정부에 대해 신나치주의자들의 폭력에 강력 대처할 것을 요구했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5만여 독일주재 유대인들의 이스라엘 이주를 종용하고 있고,일부 각료와 의원들은 독일과의 국교단절 등을 포함한 모든 관계를 중단하자고까지 주장하고 있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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