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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대장 펀드' 수익률 역시 장군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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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증시 급등을 등에 업고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30%에 육박한다. 이에 비하면 지난해 날았던 해외펀드는 납작 엎드렸다.

이제라도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할까 하는데 선택의 폭이 너무 넓다. 설정액 10억원 이상 주식 성장형 펀드(주식투자비중 70% 이상)가 353개에 달한다. 수익률 좋은 펀드에 들어가자니 "수익률만 보고 펀드에 가입하는 것은 (자동차의) 백미러만 보고 운전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시장의 격언이 마음에 걸린다. 그렇다고 교과서처럼 운용사의 철학, 펀드매니저의 특징, 펀드의 안정성 등을 모두 따지자니 엄두가 안 난다.

"이것저것 생각하기 귀찮다면 운용사의 대표 펀드를 골라라."

메리츠증권 박현철 펀드 애널리스트의 조언이다. 펀드 업계의 속설이기도 하다. 정말 대표 펀드란 게 믿을 만한 걸까.

◆각양각색 대표 펀드=대표 펀드에 특별한 기준은 없다. 운용사별로 회사를 대표할 만한 펀드라고 내세우는 게 대표 펀드다. 대부분 설정 규모가 가장 크다. 적극적으로 앞세우다 보니 많이 팔리게 됐다.

역사가 오래된 펀드가 대표 펀드가 되기도 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각각 2001년 2월과 7월에 설정된 '미래에셋인디펜던스주식'과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을 회사를 이끄는 쌍두마차에 비유한다. 반면 삼성투신운용은 올 초 출시한 '삼성당신을위한리서치주식'을 꼽았다. 역사는 짧지만 운용사의 리서치 조직이 펀드 운용을 맡아 우수한 성과가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대표 펀드는 정통 주식형 펀드인 경우가 많다. 대한투신운용은 '클래스원배당60주식'의 설정 규모가 더 크지만 배당주에 투자하는 스타일 펀드의 일종이라는 이유로 종목 선정에 제한이 없는 '대한FirstClass에이스주식'을 대표 펀드로 선정했다. 그러나 SH자산운용의 경우엔 국내 대표적인 사회책임투자(SRI) 펀드 운용사라는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Tops아름다운SRI주식'을 꼽았다.

◆대표 잦은 교체 얌체 운용사도=가슴에 난 큰 점보다는 얼굴에 난 작은 주근깨가 더 신경쓰이게 마련이다. 대표 펀드는 회사의 얼굴이다. 수익률 관리에 신경쓸 수밖에 없다. 18일 현재 공모 주식형 펀드 설정 규모 상위 20개 운용사의 21개 대표 펀드(미래에셋자산운용 2개)를 조사한 결과 운용사의 평균 수익률보다 대표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1.79%포인트 앞섰다. 21개 대표 펀드의 평균 수익률도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을 1.06%, 코스피 지수를 6.21%포인트 웃돌았다.

삼성투신운용의 대표 펀드는 자사의 평균 수익률을 13.59%포인트나 앞섰다. 우리CS운용의 대표 펀드인 '프런티어우량주식'도 평균을 6.49%포인트 앞섰다. 같은 운용사라 하더라도 어떤 펀드를 고르느냐에 따라 수익률 차가 벌어진 셈이다. 반면 운용사 평균보다 대표 펀드의 수익률이 나쁜 7개 펀드의 수익률 차는 많아봐야 2%를 넘지 않았다. CJ운용의 대표 펀드인 'CJ행복만들기주식1' 운용사 평균에 비해 1.78%포인트 뒤지는 데 그쳤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허진영 과장은 "대표 펀드 수익률이 망가지면 운용사에 대한 투자자의 인식이 안 좋아지기 때문에 수익률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표 펀드라고 다 잘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펀드는 수익률이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다. 또 한 운용사 관계자는 "대표 펀드를 잘 관리하는 게 아니라 수익률이 좋게 나오는 펀드를 대표라고 주장하며 대표 펀드를 빈번하게 바꾸는 얌체 운용사도 있다"고 지적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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