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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2007 가을·겨울 메이크업 트렌드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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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메이크업 트렌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메이크업의 유행도 패션과 비슷한 방식으로 형성된다. 패션처럼 특정 도시에서 열리는 대규모 패션쇼 컬렉션이 없을 뿐 대형 화장품 메이커에서 새로운 분위기와 색조를 제안하는 식이다.

올 하반기에는 어떤 메이크업이 눈에 띄게 될까.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07 랑콤의 가을.겨울 새 메이크업 경향 발표회장에서 세계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만났다. 유행의 첨단에 서 있는 톱 모델의 말도 들어봤다.

에펠탑이 내려다보이는 프랑스 파리의 인류박물관 '뮈제 드 롬므'. 12일 오전 10시(현지시간), 3층 전시장에 마련된 새 트렌드 발표 무대에 구찌 웨스트만 느빌이 섰다. 구찌는 세계 명품 화장품업계 1위인 랑콤의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다.

"버건디 빛깔. 올 가을을 매혹적으로 물들일 신비의 색입니다."

그의 발표와 함께 눈가를 환상적인 자줏빛과 금빛으로 가꾼 톱모델 다리아 워보이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났다.

버건디? 유명한 프랑스 와인의 주산지인 부르고뉴 지방의 영어 표현이다. 버건디 빛깔 메이크업을 다시 한번 살펴보니 보졸레 누보처럼 가벼운 느낌도 든다. 한편으론 빛의 각도에 따라 진한 자주색이 됐다가 옅은 분홍빛으로도 보이는 것이 와인잔 속 와인 같았다. 눈가를 물들인 자줏빛은 얼굴의 윤곽을 따라 옅어졌다 짙어지기를 반복했다.

발표회가 있은 다음날 아침. 파리 방돔 광장에 있는 리츠 호텔로 자리를 옮겨 구찌와 다리아를 따로 만났다.

구찌는 올 가을.겨울 여성들에게 신비한 자주색을 제안한 것을 두고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을 읽고 미스터리를 표현한 것이 바로 자주색"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추리소설에 나오는 신비한 분위기, 기차의 배경으로 표현된 동양적인 아르데코(기하학적 기본 형태를 반복해 표현하는 미술 양식)가 마음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리아는 "특히 자주색은 대부분의 피부 타입에 잘 어울린다"며 "보통 사람들은 까다롭다고 할 만한 색깔이지만 시도해 보면 의외로 다른 컬러와도 쉽게 어울린다"고 덧붙였다.

화장의 달인에게 '화장 잘하는 법'에 대해 물었다.

구찌는 "자신감"이라고 잘라말했다. 그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용감해(be bold)'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화장으로 자신과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려면 옛날에 하던 방식을 과감하게 지워야 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물광 메이크업(화장을 하지 않은 듯 피부를 반질반질하고 촉촉하게 보이게 하는 화장법)'을 그들도 알고 있을까.

구찌는 "잘 알고 있다"며 "서양에서도 인기 있는 화장법"이라고 했다. 그는 물광 메이크업이 "굉장히 상쾌한 느낌이어서 온천에서 바로 나온 듯 투명해 보인다"고 평했다.

옆에서 대답을 지켜보던 다리아는 "광대뼈가 더 튀어나와 보일 수 있다"며 웃었다. 그는 손으로 광대뼈 바깥쪽에서 눈초리 옆까지 밀어 올리는 시늉을 하며 "이렇게 브러시를 사용해 시선을 분산시켜 주면 단점을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찌는 "광대뼈를 커버하려면 약간 어두운 색 파운데이션을 손에 묻혀 광대뼈 주변을 가볍게 두드리듯 덧발라주면 된다. (일반인들은 색조 화장품을 직접 손에 묻혀 화장하는 일이 드물지만) 의외로 쉽다"며 자신의 방법을 권했다.

그들에게 "서양 여성들이 대부분 태닝에 열광하지만 두 사람은 피부가 뽀얗고 곱다"고 칭찬하자 "아침을 잘 먹어 그렇다"는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다리아는 "아침에 죽과 한국식 김치 같은 것을 먹으면 더 좋겠다"며 지난해 가을 한국을 방문했던 경험도 꺼냈다.

그들은 "서양 여성들이 건강하게 보이기 위해 태닝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화이트닝에 신경 쓰는 아시아 여성들의 피부는 맑은 우윳빛이어서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파리=강승민 기자

사진 제공=랑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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