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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부부장 장용순의 충격 강연 녹취록 극비입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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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북한 노동당 부부장급의 강연이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됐다.월간중앙은 18일 발매되는 7월호에 '북한 노동당 부부장급 장용순 강연 녹취록'을 특종 보도했다. 1시간 10분에 걸친 녹취록은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에서 '법'으로 통하는 김정일 위원장의 '말씀', 노동당의 방침 등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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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측면에서 우선 주목되는 부분은 김 위원장이 핵실험 뒤 '경제 건설에 비중을 두겠다'고 천명한 점이다. 거기다 북한 노동당이 북한 노동당이 2.13 합의전 '미국과 이번 기회에 (해결을) 하자는 거다' 라는 내용으로 사상 교육을 했음이 확인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 정도다. 나머지는 남측 입장에서 불안하고, 불쾌한 부분이다. 김 위원장이 경제 건설을 얘기했지만 당간부는 '미제국자의 위협때문에 아직 허리띠를 더 졸라야 한다'고 했다. 미국과 해결하겠다면서도 미국 공화당은 '우릴 때려먹자는 놈'이며 민주당은 '우릴 녹여먹자는 놈'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미국의 정권 교체에 기대를 걸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도 '미국을 믿지 말라'는 지시를 해 불신을 보탰다.

이와 관련해 노동당은 "미국이 정세를 악화시켜 제2의 조선 전쟁 벌어지면 미국 본토, 일본 본토, 남조선을 동시 타격한다" 는 입장을 천명했고 특히 일본에 대해서는 "51개 원자력 발전소를 목표로 사정거리 1500㎞ 미사일이 대량 생산돼 동굴에 배치돼 있다"고 공개했다.

이 강연은 '장군님'의 지시로 이뤄진 것이다. 장용순은 "우리당의 대미 외교전략을 인민들에게 내놓고 깊이있게 해설,선전해 주라고. 장군님이 가르침 주셨기 때문에 말씀 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특별강연인 셈이다. 게다가 장용순은 강연에서 스스로 '장군께서 접견해주시었다'고 했다. 그의 당내 위상을 짐작케 해주며 따라서 이 강연은 노동당의 입장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장용순은 중앙일보의 인물 데이터 베이스에는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북한 소식통은 "녹취록을 전달한 극비 채널은 장용순을 당 부부장급 인사로 설명했다"며 "그는 공개되지 않은 당내 인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계 당국 소식통은 "그가 부부장급이란 말은 들었으나 확인되진 않았다"며 "그러나 노동당내 인물이 모두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월간 중앙에 따르면 강연은 2006년 12월 평양에서 과학계 박사와 교수등 지식층을 상대로 했으며 주제는 '6자회담과 대미관계'였다.

'연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지 않은 상태'에서 강연을 분석한 고려대 남성욱 교수는 장용순을 6자회담 북측 대표인 김계관 밑에서 회담을 챙기는 보위부 고위간부로 추정했다.북한대학교대학교의 양무진 교수는 '김정일에게 사업을 보고하는 외무성 부상급'으로 추정했다. 이유는 공통으로 연설 내용이 보통 간부라면 알 수 없는 특별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 강의는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것이어서 오늘의 현실을 덜 반영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강연의 맥락은 현시점에도 유효하고, 앞으로 평양의 의중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10개 항목에 걸쳐 강연 내용을 살펴본다.

▶김정일의 외교 특징=김순용은 "우리 장군님의 외교의 특징에 대해서 지금 세상 많은 사람들이 뭐라고 말하고 있는가? 위대한 장군님께서 대국인 러시아를 완전히 거둬주시고 러시아를 지렛대로 해서 지구를 뜨자고 하신다고. 유럽동맹(유럽연합/EU)과 일본은 끌어 잡아당기기 외교를 하신다고. 미국은 견제하기,중국은 안타깝게 만들기(하하), 남조선은 주무르기(하하)…. 이런 외교를 하시는데, 이게 김정일 국방위원장님의 외교의 특징이라고 이렇게들 말합니다. 이와 관련된 자료는 다 있습니다."고 설명했다.

▶경제 살리기=장용순은 "장군님께서 최근 10월 중순에 또 말씀 주셨습니다. 이젠 우리가 핵시험까지 다 해놨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경제 건설에 모든 힘을 총동원해서 인민생활을 풀자, 빨리, 빨리 풀자. "라고 했다고 한다. 좋은 말이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다른 말이 있기 때문이다.

연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라도 우리는 로켓트 공업을 비롯한 군수공업을 민수로 돌리면 순간에 경제 강국이 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단 말입니다. 미국 것들이 우릴 먹겠다고 하는 조건 아래서는 군수 공업을 민수로 돌릴 수 없단 말입니다.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하는 것입니다. 언제까지 졸라매란 건가. 명백하게 말씀 드릴 수 있는 건 조국이 통일되는 날까지 졸라매자. 구멍이 없으면 뚫으면서래두.."

▶대미 관계=강사는 "이와(대미 관계) 관련한 우리당의 립장은 무엇인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미국놈들과 총결산하자는 것이다.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우리가 제기하는 불가침 조약을 체결하는 것. 다른 하나는 전쟁이다. 어느쪽을 택하는가 부시가 대가리속 결심하기에 달렸다."

2.13합의를 보면 북한이 진지한 것 같지만 여전히 믿음이 안간다. 뭘 하려는지 짐작이 잘안가기 때문이다. 배경엔 김 위원장도 작용한다. 장용순은 "미국놈과의 관계 문제에 대해 장군님께서는 최근에 다음과 같이 말씀을 주신 바 있습니다. '미국 것들이 우리에게 선심을 쓰는 것처럼 나오지만 본심이 변한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그들의 기본 목적은 어디까지나 우리를 내부로부터 와해시키고 사상적으로 무장해제시켜 녹여내자는 것입니다.'"

장용순의 발언을 통해 나타나는 노동당의 미국 불신?좀 더 살펴보자. "…공화당은 처음부터 우릴 때려먹자는 파입니다. 민주당은 살살 녹여먹자는 파라는 겁니다..먹자는 목적은 같지 않습니까. 방법이 다를 뿐 아닙니까. 그러기 때문에 미제국주의자에 대해서는 그가 어떤 놈이든 절대로 환상을 가지면 안됩니다."

▶거듭되는 '전쟁 불사'=북한은 미국에 대해 늘 전쟁 각오를 다진다. 연사는 "미국것들이 정세를 악화시켜 제2조선 전쟁이 벌어지는 경우 우리는 미국 본토, 일본 본토,남조선 가차없이 동시에 타격한단 말입니다. 타격할 수 있는 심이 있는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미국 본토를 타격하자면 만3천km면 됩니다. 위성을 쐈다. 이건 열두번을 타격하고도 남습니다"라고 했다.

'미국 눈 흐리기 작전'도 있다. "벌써 오래전에 위대한 장군님께서 전략의 하나로 미국 것들이 우리 내부를 들여다보면 안개속에 잠긴 것처럼 흐리멍텅하게 만들어 놓으라고 가르치심 주시었습니다"라고 했다.중앙방송을 예로 들었다. 과거 논평에서 미국이 정보의 60 ̄70%를 빼갔기 때문에 이를 노래와 가사로 대체했다는 것이다. 할 말을 노래 가사로 알리기 때문에 정신차리고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에 대한 위협은 노골적이다.

"일본놈들 쪽바리를 보시오.…호가이도에서 규수 남단까지 일본을 타격하자면 1500km 면 됩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1500km 까지 가는 로켓트는 갱도안에 계열생산 돼 있습니다.…일본엔 원자력 발전소가 51개 있습니다. 로켓트 한발로 일본 땅덩어리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 하나 깨 팡가칠 때 2차대전 시기 히로시마에 떨어져서 20만씩 죽인 원자탄 파열의 3백20배의 파열이 나옵니다. 쉰개의 원자로를 우리가 깨 팡가쳤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만일 일본 쪽바리들이 보상하지 않고 저렇게 못되게 앉아놀다가는 우리는 지구상에서 일본이라는 나라 흔적조차도 없애버릴 수 있습니다." 미사일 알레르기가 있는 일본 사람들이 들으면 무슨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핵개발 역사=전쟁 불사를 외치는 배경엔 핵무기가 있다. 북한이 언제부터 핵 개발을 했는지 정설은 없는데 강연은 실마리를 준다.

"위대하신 장군님께서 미 제국주의자들의 침략 책동을 간파하시고 고난의 행군시기 핵과학자들을 친히 육성해 주시었습니다. 30대 40대 청년과학자들입니다…우리 로켓트 발사기지가 함북도 파대군 무수단리에 있단 말입니다. 여러차례 불바다가 됐습니다. 그 때마다 과학자들은 어쩔 줄 몰라하고 장군님께서는 일없다고 계속하라고…솔직히 말씀 드리면 로켓트 한발 개발하자면 김책 제철연합기업소 같이 큰 공장 한 50개 팔아도 값을 보장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그렇기 때문에 장군님께서 고난의 행군 시기 가슴 아픈 말씀도 주신 바 있습니다. 공장은 못돌아가고 인민들이 굶는 것을 자신께선 뻔히 아시면서도 돈이 조금 생기면 여기다 다 집어였다고…"

'조금 생긴 돈'의 출처는 어디일까.

▶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위원장 개입 비사= ①2002년 10월 강석주가 평양 방문한 켈리에게 '우리 핵무기를 가질 수 있다'고 해 미국과 한국이 뒤집어졌다. 그게 김 위원장의 지시때문이었음이 처음 공개됐다. 강사는 "장군님께서 우리 외무성 부상(강석주 제1부상)에게 거 왜 미국놈에게 핵무기가 없다고 자꾸 말해주는가. 미국놈에게 핵무기가 없다고 하면 진실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무엇 때문에 미국놈에게 진실을 말해주는 것인가. 차라리 우리도 가질 수 있다고 말해주라. 이런 뜻의 말씀을 주셨다"고 했다.

②2003년 7월 다이빙궈 면담때 김 위원장은 이렇게 말한 것으로 전했다. "당신들이 주관하겠다기에 어떡하나 뭐이 좀 해결할까 해서 나갔더니 일(1차3자회담)은 그렇게 되지 안았다. 당신들이 또 추진하겠다고 하기 때문에 밑져야 본전인 셈치고 다시 한번 나가 보시겠다" 그러나 곧 6자회담이 열려 2차 3자회담은 안열렸다.

③2003년8월 1차 6자회담 때눈 '미국과 일본을 좌우로 끼고 욕을 퍼부라'고 지시했다. "장군님께서 우리 단장에게 '내가 알아보니까 중국 사람이 육각 탁을 만들어 놓았다. 당신 이번에 가면 어떡허나 미국과 일본을 양 옆구리에 끼고 앉아라. 그것 멀리 앞탁에다 앚혀놓고 일어서서 욕지거리 하느라 수고하지 말고 딱 옆구리에 끼고 앉아 머리만 약간씩 돌리면서 욕사발을 퍼대라. 그러자면 이렇게 하면 될 것 같다.' 다 아르켜 주셨단 말입니다 "라고 했다.

④4차 6자회담 앞두고 중국의 특사가 왔다. 연사의 말이다. "그 때 장군님께서 중국의 특사란 사람한테 명백한 가르침을 주셨단 말입니다. 6자회담이라는 게 빈 말싸움만 하면서 공회전만 하지 말고 실제적인 문제를 토론하라 그러면 우리는 다시 나간다. "실제로 회담은 신속하게 진행돼 9.19성명이 채택됐다.

▶미사일 시험발사, 핵실험 배경=장용순은 미사일 발사 시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 그래 우리가 (2006년)7월 5일 새벽 4시에 미사일 발사 시험했단 말입니다. 미국은 독립절인 7월 4일 오후 4시입니다. …숱한 사람들이 꽃불놀이 본다고 테레비전 앞에 마주 앉았댔는데 우리 미사일 발사 소식만 보도했단 말입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우주 발사장에서 왕복선을 쐈습니다. 오후 4시에. 바로 그 시간에 7발의 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답니다."

핵실험에 대해선 "그렇게 되니까(미사일 발사하니까)저것들이 그 다음에 우리 동해 앞바다에 갖다 놓고 핵 항공모함 키티호크요, 핵 잠수함이요, 미.일.남조선 핵전쟁 연습했습니다. 그래 우리가 10월 3일 핵시험 한다,선포했던 겁니다."라고 말했다.

▶거짓 선전=장용순은 "핵문제 해결과정에서 열린 2002년 10월 미북회담,2003년 4월 베이징 3자회담, 2003년 8월 1차 6자회담에서 북한은 미국에게 4개 평화적 요구사항을 내걸었으나 미국이 거부했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 당국자와 회담 참석자는 "들어본 적 없는 터무니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특히 6자회담 좌석 배치와 관련, 장용순은 "우리 단장이 2003년 8월27일 아침에 가보니 정말 모두 앉지 못하고 우중쭝하게 서 있단 말입니다. 중국의 왕이가 모두에게 물었단 말입니다. 이거 어떻게 앉으면 좋겠습니까. 우리 단장이 거 뭐 어렵게 생각할게 있는가. 나라이름 별로 A,B,C 영어 자모 순서대로 시계 바늘 돌아가는 방향으로 앉으면 가장 공정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나 당시 회담에 참석했던 남측 대표 2명은 모두 "그런 사실이 없으며 좌석은 중국이 사전에 배치했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불만=자못 심각하다. "지금까지 중국사람들이 국제무대에서 소위 자기네 국가 이익을 론하면서 우리 문제 해결에 석연치 않게 놀았다 말입니다. 우리하고 오래전에 맺은 혁명적인, 계급적인 원칙을 곧잘 저버렸단 말입니다 … 중국 사람들이 남조선 아이들과 빌붙어서 겨우 외교관계를 맺으면서 40억달러를 얻어갔다 했습니다.지금 대만놈들이 뭐라하는 줄 아십니까. 우리보고 보라 중국 사람들두 당신네와의 약속을 저바리고 외교관계를 맺어가면서 40억달러를 얻어가지 않았는가. 자기네 들은 우리하고 외교관계까지 맺자는 소리는 안한다. '대만 좋다' 한마디만 해달라.그러면 당장 300억달러 주겠다는 겁니다. 보시오!우리 공화국의 국제적 권위가 얼마나 높아졌는가.…두고 보십시오. 국제적으로 우리문제가 해결돼 잠잠해지면 다음번 세계적 대결은 중국하고 미국이 하게 돼 있습니다. 전쟁을 해도 중국과 미국이 전쟁을 하게 돼 있단 말입니다."

그는 두가지 비사를 덧붙였다. 후진타오 주석이 다이빙궈를 대북 특사로 보낸 이유에 대해, 다이빙궈가 김정일 위원장의 두차례 방중시 수행을 했으며, 그의 아버지가 북한 주재 첫대사였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또 2003년10월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평양 방문시 중국은 2억5000만 위안의 원조를 제안했으나 북이 현금 대신 유리공장 건설을 요청, 대안친선유리공장이 건설 됐다고 소개했다.

▶여전한 대남 적대= 김정일은 "우리는 수령님대 우리 조국의 아들 딸들이 낙동강에서, 남녘땅에서 흘린 피 값을 기어이 받아내야 합니다. 이 것은 나의 결심입니다"고 말한 것으로 장용순은 전했다. 북과의 평화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란 느낌을 주는 대목이다.

남한 실상에 대한 왜곡도 여전하다. 강사는 "다른 (남측 언론사)사장들이라는 게 한 사람씩 나와서 저도 나쁜 글은 절대로 안 쓰겠습니다. …그 때마다 장군님께서는 좋아 좋아. …남조선의 출판물들, 선대장군 위인상을 싣지 않은 출판물은 지금 남조선 사회에서 팔리지부터 않습니다. 그런가 하면 대내 정부청사 4층 중앙홀에 위대한 장군님 영상 크게 모시고 있습니다, 지금." 또 "남조선의 전체 중에 45%가 전쟁이 일어나면 장군님 편에서 싸움을 하겠다는 겁니다, 전체 주민의 45%가"라고 말했다.

▶"전체 인민 배급 못준다" 솔직한 고백=이 부분은 장용순의 생각이다. 그만큼 장이 '세게'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란 의미다. " 3 ̄4년 전까지만 해도 백만장자라고 했는데 최근에는 억 단위로 올라갔습니다, 억 단위로.이 사람들이 로동계급입니까. 계급이 분화된 사회가 사회주의 사회입니까. 돈맛이 들면 사상적 변질이 오게 돼 있습니다. …사상적인 변질이 온 자들, 인민에도 속하지 않는다 말입니다. 왜 우리가 못 치는가. 전체 인민에게 배급을 못 주고 있기 때문에 못치고 있다. 전체 인민이 돈, 돈. 이게 사회주의입니까."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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