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썽 사나운 자치기구 몫 다툼/파행으로 끝난 서울시교육청 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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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판공·정보비 추궁에 교육위 발끈/교육부선 “시의회에 감사권” 해석
교육청감사의 관할권은 어느쪽에 있는가.
그리고 이같은 관할권 다툼은 과연 주민을 위한 것인가,아니면 자치기구간 「몫챙기기」 영역싸움인가.
24일 서울시의회의 시교육청에 대한 행정사무 감사가 시교위측의 실력저지로 무산되면서 감사관할권 및 「자치수준」을 놓고 논쟁이 일고 있다.
우선 서울시교위의 입장은 『교육행정 일반에 대한 감사는 교육위원회 고유의 권리이자 의무이고 이는 지방자치법에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물론 「특정사안」에 대해서는 시의회가 직접 감사할 수 있지만 이번처럼 「행정사무감사」는 특정사안이 아닌 일반사안이고,설령 특정사안이라 할지라도 지방자치법이 규정한 「본회의 3분의 1이상 의결」이라는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교위 유인종의장은 『무엇보다 시의회가 교육사안 전반에 걸쳐 감사를 강행하려는 것은 월권이자 교육자치의 본질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회(교육문화위원회)측의 반론도 만만찮다.
『연 2천7백억원이라는 거액의 전입금이 서울시로부터 지원되는 만큼 이에 대한 감사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번의 감사는 교위측의 주장대로 모든 일반사무까지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에서 지원되는 예산의 집행내용에만 한정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시의회 권회영교육문화위원장은 『이 예산이 특정한 용도를 명시하고 있지 않아 감사대상이 광범위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인사·학교행정 등 일반사안 전체에 걸쳐 행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견해는 시의회쪽에 가깝다.
시교위가 교육부에 「권한쟁의 조정」을 신청한데 대해 주무과장인 김용현교육행정과장은 『시의회의 교육청에 대한 감사권은 법에 명시돼 있어 시교위의 신청은 법령개정사항이지 유권해석 사항이 아니다』는 확고한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의 교육청감사 파행은 순수하게 관할권 해석을 둘러싼 갈등의 소산이라기보다는 자치기구간 영역다툼의 성격이 짙어 교육계 및 일반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17일 국회의 국정감사를 이번 시교위와 같은 논리로 방해,파행을 빚었었다.
『자치의회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라』는 것이었으나 국회는 『거액의 교부금이 지원되는 만큼 당연히 감사대상』이라는 주장으로,이번 시의회­시교위간에 벌어진 논쟁과 똑같은 것.
특히 이번 사태의 발단은 『사의회가 교육위원들의 판공·정보비 등 내용을 밝히라고 요구한 것은 교위의 발목을 잡기 위한 것』이라는 지극히 감정적인 갈등이 도화선이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주민이 직접 선출한 시의회와 「덕망있는 교육계 원로」인 시교위간의 볼썽사나운 관할권 다툼·감정대립은 사전에 충분히 협의를 거쳐 조정될 수 있었던 사항이었다는 점에서 지방자치·교육자치에서 주민의 위치는 실종되고 말았다.<박종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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