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의 여자' 표절 시비…김수현 작가 "분해 죽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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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해 죽겠습니다. 살다보니 참 별 일을 다 당합니다."

히트 드라마 제조기 김수현 작가가 뜻하지 않은 표절 시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 작가는 자신의 홈페이지(www.kshdrama.com)에 쓴 '완전히 황 그린 날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표절 논란을 일축하고, 법적 대응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작가에게 표절 의혹을 제기한 상대는 KBS 드라마 공모로 데뷔한 류경옥 작가(52). 류 작가는 SBS 인기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가 자신의 시놉시스를 베껴 만들어진 작품이라며 14일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에 김수현 작가 등을 상대로 분쟁 조정신청서를 냈다. 다음은 김 작가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남긴 글 전문.

점심 먹고 내려와 커피 만들어 마시려던 참에 걸려온 전화를 딸 아이가 받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네 누구시죠?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누구시냐구요, 최현경 씨요? "방송작가 최현경씨가 무슨 일로 전화를 했을까 하며 받았는데 '최현경'을 사칭한 유 모모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왈칵 불쾌해져서 "최현경씨라 그러지 않았어요?" 했더니 "아, 누가 바꿔준 겁니다"하는 대답이 돌아왔는데, 각설하고 이 유 모모 씨는 몇몇 작가들 몇갠가의 드라마가 모두 자기 작품을 표절했다고 몇차롄가 전화를 했던 적이 있었고, 마지막 전화에서는 내가 "그런데 참 이상하네요..어떻게 모두들 당신의 작품을 표절할까요. 한 두 개도 아니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그 사람 왈 자기 시놉시스와 파워포인트가 기가 막히기 때문이라고 했었는데, 저작권을 찾는 일은 본인이 하는 일이고 소송 비용 만만치 않으니 대화로 타협점을 찾으라고 해 주었었습니다.

도대체 파워 포인트라는 게 뭡니까라는 질문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뒤에 또 걸려왔던 전화는 작업 중이라 하고 간단하게 끊었었고 그 훨씬 전 통화에서는 자기 집이 어쩌고 저쩌고 돼 있는데 나더러 그 집을 사 달라는 얘기도 했었습니다. 또 각설하고 오늘 전화의 요지는 '내 남자의 여자'가 자기 작품의 표절이라는 거였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지금껏 쌓아놓은 명성이 하루 아침에 와르르르 될 수도 있으니 알아서 기라는 거였는데….성격이 누굴스럽지 못한 나는 이럴 때 머리 뚜껑 열리는데 천분의 일초도 안 걸립니다. 뭐에 근거해서 그런 말을 하냐고 했더니'수앤영'제작 본부장한테 자기 시놉시스 두 편이 갔고 그 본부장이 읽었다고 했습니다. 말하자면 수연앵 제작본부장이 본 시놉을 갖다가'내 남자의 여자'를 만들었다는 얘기죠.

일방적으로 전화 끊고 확인해본 결과, 처음에는 이름을 기억 못하더니"아 어떤 할머니가 한번 왔었어요. 시놉시스를 받은 건 아니고 이메일로 보냈는데 잠금장치를 해놔서 못봤구요 그 사람이 열어줘 봤는데 재미없어서 안되겠다고 해서 보냈습니다. 그거 전혀 다른 얘긴데요?" 했습니다..

이 얘기를 왜 여기다 풀어 놓느냐 하면 만에 하나 이 유모모씨가 엉뚱하게 나를 저작권 침해로 솟장을 접수시켜 골아프게 할 수도 있고, 어떤 마음 좋은 기자가 기사꺼리로 덥석 물 수도 있을 것도 같아서.

첫째, 회원 여러분 놀랠 필요 전혀 없고, 둘째, 기자 양반 중에 껀수다 하고 확인과정 없이 기사로 풀었다가는 성질 고약한 할매한테 혼난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자다가 오물 뒤집어쓰고 흐트러진 리듬 때문에 작업은 완전 물건너가고 오늘 하루 황 그렸습니다. 분해 죽겠습니다. 살다보니 참 별일을 다 당합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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