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조각 선구적 삶 되새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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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우리 나라 추상조각의 선구자인 고 우성 김종영의 10주기를 맞아 대규모 추모전이 15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다.
한 예술가를 추모하고 그의 뜻을 되살려 음미해보는 이 전시회에는 범조각계가 한마음으로 참여했다. 이와 같은 일은 우리 미술계에 전례가 없었던 것으로 여러 가지 점에서 보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조각가 김종영은 우리 나라 미술사에서 중요한 인물임에 더 말할 것도 없지만 20세기 세계미술 전체 속에서도 큰 인물중 한사람이었다.
그 단적인 예를 하나 들면 1953년 런던 테이트 갤러리에서 전세계에 공모한「무명 정치수를 위한 모뉴망」전에서 제 3세계 권에서는 유일하게 입상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는 창작과 후진 교육을 위해 일생을 바쳤다. 황무지나 다름없었던 우리 조각계에 새바람을 일으켰고 본격적인 탐구활동으로 조각의 질을 국제적 수준으로까지 높였다. 김종영은 그가 처해 있었던 역사적 시점을 일찌감치 감지하고 사명감을 갖고 그 일을 완성해낸 것이었다. 평론가 이경성씨의 말대로 한국 근대조각의 이정표라 아니할 수 없다.
전시장 중앙부분에는 고 김종영의 아름다운 조각과 그림들을 배열하고 양옆으로는 한국 조각계의 중진들이 총망라된 1백20여명의 작품들이 가득히 놓여져 있었다.
백문기·박철준·윤영자·전뢰진·이정자·최효주 등 학연·지연 등을 초월한 그 짜임새를 바라볼 때 보기에도 훈훈하고 좋았다. 조각가 김종영의 오랜 친구이자 우성 기념 사업회장인 박갑성 씨는 추모전 캐털로그에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서문을 썼다.
『우성은 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면서「학생들에게 예술을 가르친다는 것은 저들을 미치게 하는 것인데 스승이 먼저 미치는 데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고 한탄한 일이 있습니다. 이것은 미치는 것이 위에 있을 때와 아래에 있을 때를 구별하는 동시에 아름다운 것의 뿌리가 예술보다 더 높고 더 깊은 곳에 숨져져 있다는 것을 예감하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이것이 우리가 추모하는 우성의 가장 귀중한 유산일 것입니다.
김종영 추모전은 스승을 존중하고 선배를 아끼는 따뜻한 인정으로 하여 우리사회를 보다 넉넉하게 만들어 주었다. 전시장에서 서성이는 후진들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
최종태 <조각가·서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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