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만료기다리며 호화생활/드러난 해외도피 경제사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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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전장관·치안본부장·주도도 포함/현지서도 물의잦아 지탄의 대상
서울지검이 16일 해외도피경제사범 종합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수백억원대의 사기와 부도 등 범죄를 저지르고 달아난 해외도피사범의 검거를 위해서는 검·경 등 수사기관은 물론 법무부·외무부·국세청 등 범정부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검찰은 이들의 검거와 피해복구 없이는 「수사기관의 그물에는 송사리만 걸릴 뿐 큰 고기는 그물을 찢고 달아난다」는 그릇된 사회 불신풍조를 일소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문란해진 경제 기초질서와 경제정의 를 바로 잡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해외도피사범의 상당수가 전직장관급 고위공직과 교육계·종교계 등 사회저명도를 악용한 거액사기범인 사실을 중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태=경찰이 파악한 해외도피사범은 연인원 3천여명에 달하고 있으며 올들어서만 지난해 2백45명보다 36%나 늘어난 3백46명이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같은 해외도피 증가추세는 올해의 전년비 사기사범 증가율 36.8%와 비례하고 있다.
10월말 현재 미해결인 도피사범 9백25명중 80%에 달하는 7백40명이 경제사범으로 이들은 ▲사기 55.8% ▲횡령·배임 12% ▲부정수표단속법 26.1%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4.9% 등으로 나타났다.
해외도피 사범중에는 전 총무처장관 김용휴씨(66),전치안본부장 손달용씨(60) 등 전직고위공직자가 상당수 포함돼 있고 교육·종교계인사로 운호학원이사장 강인호씨(53)와 중동학원이사장 이민각씨(66) 등이 각각 1백2억여원 및 87억여원의 횡령과 부도를 낸 뒤 올 8월 미국으로 달아났으며 울산 태화사 주지 김방우씨(46)나 모퉁이돌선교회 간사 변성호씨(28) 등도 각각 1백억여원대의 횡령·사기 등 범죄를 저지르고 도피하기도 했다.
해외도피경제사범을 범죄피해액별로 보면 ▲1백억원이상 11명 ▲10억원이상 70명 ▲1억원이상 2백57명 ▲1억원이하 4백30명 등이며 행선지별로는 ▲미국 48% ▲일본 20% ▲홍콩 9% ▲유럽 5% 등이다.
◇대책=검찰은 도피사범들이 치밀한 계획아래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재산을 빼돌려 공소시효 만료를 기다리며 해외를 전전하면서 호화생활을 하고 있어 교포사회의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물론 국내 피해자의 피해복구를 어렵게 하는 것으로 보고있다.
따라서 검찰은 ▲주요 해외도피사범 명단공개 ▲해외 출국도피 신속봉쇄 ▲여권기간연장 불허조치요청 ▲인터폴 적극활용 ▲국내 은닉재산 실태조사로 이들의 해외경제활동과 사회활동에 압박을 가함으로써 자진귀국이나 강제추방에 의한 송환을 꾀한다는 것이다.
또 이들이 국내에 은닉한 재산을 국세청과 합동으로 샅샅이 찾아내 세무자료로 활용,각종 세금을 추징하는 것은 물론 국내 피해자의 재산환수소송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해 「해외로 도망가면 그만」이라는 범법의식을 뿌리채 뽑아내겠다고 말하고 있다.<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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