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한·미FTA 7개 분야 추가 협상 공식 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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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뉴스분석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중 노동.환경.의약품 등 7개 분야에 대한 추가 협상을 제안했다. 우려했던 자동차.농산물.개성공단 등의 재협상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미 의회의 신(新)통상정책 입장을 반영해 노동 분야에서 1998년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선언한 결사의 자유 같은 5개 핵심 협약을 FTA 협정문에 반영하고, 위반 시 무역 보복이 가능하도록 규정하자는 게 추가 협상의 핵심이다. 외교통상부는 16일 미 무역대표부(USTR)가 주미대사관을 통해 추가 협상을 제안해 왔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를 21~22일 한국에 파견해 추가 협의를 할 것을 희망했다.

◆핵심은 노동.환경 분야=노동 분야에서 미국은 ILO 선언에 규정된 ▶결사의 자유▶단체교섭권 확대▶강제노동 금지▶아동노동 금지▶고용 차별 철폐를 국내 법령(또는 관행)으로 채택.유지하자고 제의했다. 아울러 정부 조달에 참여하는 기업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른 근로조건을 충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환경 분야에서는 야생 동식물 협약을 포함한 7개 환경협약을 이행하는 국내 법령.조치를 채택(또는 유지)하자고 제의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내용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은 이미 양국이 7개 협약을 모두 비준했다. 노동 분야에선 2009년 말까지 유예된 복수노조 허용과 공무원노조의 파업권 보장이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ILO 핵심 협약 중 단 2개(한국은 4개)만 비준한 상태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한국을 압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양국이 노동.환경 관련 합의를 위반할 경우 기존에 합의한 특별분쟁 해결 절차 대신 일반적 분쟁 해결 절차에 따르도록 요구한 것이 다소 부담스럽다. 특별 절차에선 최대 1500만 달러의 과징금을 위반국의 관련 분야(노동.환경)의 제도 개선에 쓰지만 일반 절차에서는 특혜관세를 중단하거나 제소국이 과징금을 차지할 수 있어 징벌 수준이 높다.

◆투자.의약품 규정은 선언적 수준=의약품 분야에서 미국은 FTA협정이 WTO 선언의 공중보건 보호조치를 방해하지 않도록 규정하자고 제의했다. 이는 에이즈나 전염병이 창궐하면 지적재산권에 구애받지 않고 복제약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국적 제약사를 견제하는 미국 민주당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통상교섭본부 측은 "노동권을 강화하고 다국적 기업을 견제하는 미 민주당의 입장을 반영한 성격이 짙다"며 "산업에 미칠 영향은 두고 봐야겠지만 대개 선언적 규정에 그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추가 협상 응할 듯=정부는 국내 여론을 의식해 추가 협상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재협상은 없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FTA 비준을 위해 미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입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추가 협상에 응하되 '이익 균형의 유지'를 내세워 전문직 비자 쿼터, 의약품, 지적재산권 등 양보안을 역제안하는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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