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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 가문' 잇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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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 클래식계를 대표하는 마에스트로의 아들이 아버지에 이어 지휘봉을 잡는다. 지휘자 정명훈(54)씨의 막내 아들 민(23)씨는 8월 지휘자로서의 데뷔무대를 가질 예정이다.

정민씨는 부산의 아동보육시설인 '소년의 집' 관현악단을 지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음악적 재능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정명훈씨의 소신에 따른 것이다. 공연의 수익금을 모아 '소년의 집'에 기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현재 서울대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있는 정민씨는 작곡과 지휘 전공으로의 전과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그는 지휘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버지로부터 틈틈이 지휘 레슨을 받으며 지휘자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았다.

지난달 소년의 집 관현악단과 연 비공개 무대에서도 호평을 받은 뒤 현재 오케스트라 조련에 들어간 상태다. 8월로 예정된 데뷔무대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과 3중 협주곡(피아노.바이올린.첼로 트리오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는 곡)을 아버지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나머지 연주자는 확정되지 않았다.

정민씨는 정명훈씨의 세 아들 중 막내. 큰아들 진(27)씨는 미술을 전공했다. 둘째 선(25)씨는 재즈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내외에서 콘서트를 열고 파리에서의 생활을 소재로 시집을 내기도 했다.

정명훈씨는 "결혼은 내 생애 최고의 행운이며, 자식들은 최고의 기적"이라며 이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해 왔다. 앞으로 맞이할 세 며느리까지 포함한 '디너 포 8(Dinner for 8)'이라는 요리책을 펴낼 정도로 사랑이 많은 가장으로 유명하다. 이 중 막내아들 정민씨에 대해서는 "섬세하면서도 수줍어하는 성격이 아버지와 가장 많이 닮은 아들"이라는 평이 많다.

정민씨가 조련에 들어간 소년의 집 관현악단은 1999년 예술의전당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의 앙코르곡을 연주하기 위해 깜짝 등장하면서 눈길을 끈 오케스트라다. 79년 보육시설의 청소년으로 구성된 이 오케스트라는 장영주와 바흐의 더블 콘체르토, 가요 '만남' 등을 연주해 감동을 줬다. 비발디가 음악교사직을 맡았던 이탈리아 피에타의 보육원에 종종 비교되는 관현악단이다. 정명훈씨와의 인연도 있다. 지난해 8월 소년의 집 관현악단의 자선음악회에서 그는 연습 선생님을 자처해 오케스트라를 훈련시키기도 했다.

부산에 자주 내려가 오케스트라와 연습을 하는 정민씨는 "아버지도 도쿄 필하모닉 단원들을 데리고와 공개 레슨을 할 만큼 공을 들이는 오케스트라다. 좋은 뜻으로 활동하는 오케스트라이기 때문에 돕는 것"이라며 "아버지의 대를 잇는 지휘자로 부각되는 것은 아직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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