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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 이야기] 생활 속 나노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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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호 27면

이호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선임연구원

나노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세상이다. 실제 기술을 활용해 기능성 제품을 만들어낸 것도 있지만 기존 제품에 ‘나노(10억 분의 1)’란 접두어만 붙인 경우도 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나노 제품에 대한 정의가 분분한 실정이고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많은 나노 제품의 진위를 구별해 내기도 쉽지 않다. 아무튼 나노 기술이 생활용품의 흐름을 바꾸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스포츠 분야에서 나노 기술은 주로 스포츠용품을 가볍게 하고 기계적 강도를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탄소 나노튜브를 이용한 테니스 라켓과 야구 방망이, 배드민턴 라켓 등이 그 예다. 하지만 나노 소재를 써서 기능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 테니스ㆍ골프공에도 나노 기술이 쓰이는데 최근에 공기 투과율을 낮춰 수명을 더 길게 한 테니스공이 출시됐다.

기존의 직물 소재는 물을 잘 흡수하고 쉽게 얼룩이 지는 단점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류에 물이 잘 스며들지 못하게 하는 기능성 소재가 등장한 바 있다. 등산복에 주로 사용되는 고어텍스(빗물이 스며들지 못하게 하면서도 땀 등은 밖으로 배출하는 직물) 소재는 사불화 폴리에틸렌(PTFE:보통 테프론으로 알려짐, 프라이팬에 음식물이 달라붙지 않게 코팅하는 데 쓰임)과 물과 친화력이 적은 불화탄소 소재를 겹겹이 배열해 만든다. 최근 나노 입자가 고어텍스의 기능을 더 높이는 데 쓰인다. 덴드리머라는 고분자 물질과 함께 이산화규소 나노 입자를 직물에 처리하면 세척 효과가 좋아지고 물도 스며들지 않게 된다.

건강 분야에선 나노 기술을 적용했다고 광고하는 제품이 유난히 많다. 이런 것들은 대부분 나노 캡슐에 치료 약물이나 비타민ㆍ미용물질을 넣어 만든다. 치약에도 나노 기술이 숨겨져 있다. 치아 속의 상아질 층엔 2~3㎛(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작은 구멍이 있다. 그런데 잇몸이 상해 상아질 층이 노출되며 신경이 드러나 통증을 일으킨다. 이럴 때 수산화인회석 나노 결정 성분이 든 치약을 쓰면 이 성분이 노출된 상아질의 작은 구멍을 막아줘 통증을 줄여준다. 이외에도 감염 위험을 막아주는 은 나노 반창고, 금 나노 입자를 이용한 임신 진단기 등이 나와 있다.

건축 분야에는 아직 관련 제품이 많지 않다. 이산화티타늄을 이용해 표면의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광촉매 판유리나 지붕 소재 등이 나와 있다. 나노 기술을 이용한 실리카 에어로젤은 뛰어난 단열 특성이 있어 훌륭한 단열재가 될 수 있지만 비싸서 아직 널리 쓰이진 못한다. 물이 잘 스며들지 못하게 하는 나노 페인트도 출시돼 있다. 이 밖에 나노 기술이 적용된 대표적인 제품은 음식물이 눌어붙지 않는 기능성 프라이팬, 은 나노의 항균 기능을 이용한 에어컨 필터ㆍ세탁기ㆍ냉장고가 널리 쓰인다.

나노 제품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위에서 소개한 제품은 대부분 나노 기술의 ‘계면(界面:고체ㆍ액체 또는 액체ㆍ기체 사이의 경계면)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이는 나노 기술이 가진 많은 특성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보다 높은 수준의 제품은 많이 출현하지 않았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것이다. 하지만 응용 범위가 갈수록 넓어지는 만큼 조만간 주위에서 나노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제품을 찾기 어렵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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