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신학자 평전 1차분 나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신학자 폴 틸리히(1886~1965)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다. 독일에서 태어나 나치 정권에 맞서 항거하다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기독교 교리와 속세의 문화가 만나는 관계를 주목한 큰 사상가였다. "인간 상황은 질문하며 하나님의 계시는 답변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하나님의 현실과 세상의 현실을 연결하는 데 관심이 컸던 그는 "당신의 진리가 아니면 거기(교회.당파.부모.전통)에 유혹되지 마십시오. 당신이 예수와 함께 갈 수 없다면 모든 심각함으로 (진지한 회의주의자인) 빌라도와 함께 가십시오"라고 말했다.

1987년 타계한 김재준 목사는 어떤가.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 운동의 일선을 지켰던 그는 성경 본문(문자)을 절대시하는 근본주의에 반대해 성경의 문학적.역사적 해석을 주장했다. "나는 무슨 '주의'에 내 신앙을 주조할 생각은 없으니 무슨 '주의자'라고 판박을 수가 없소. 기어코 무슨 '주의'냐고 한다면 '살아 계신 그리스도주의'라고나 할까"라고 말했다. 그에게 '살아 계신 그리스도'는 독재 정권에 억눌린 한국 사회요, 한국 국민이었다.

살림출판사가 2년여의 준비 끝에 의욕적으로 시작한 '현대 신학자 평전'은 20세기 지구촌을 신학이란 프리즘으로 돌아본다는 의미가 있다. 외국 관련서를 번역하는 대신 한국 학자들이 그간의 연구 성과를 총합, 주체적 해석에 나섰다.

일단 1차분 네 권이 출간됐다. 폴 틸리히.김재준 목사 외에도 교회와 신학의 관계를 천착했던 네덜란드 신학자 헤르만 리덜보스, 국가와 교회의 개혁을 주도한 실천적 지식인이었던 독일 신학자 슐라이어마허의 사상과 삶을 정리했다.

기행문.인터뷰.가상 대담 등 다양한 글쓰기를 꾀해 기독교인은 물론 종교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이 읽도록 배려했다. 시리즈는 본회퍼.라인홀트 니버 등을 포함해 향후 30여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다.

박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