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사장단 절반 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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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현대그룹이 사장단 인사를 하면서 그룹 재정비에 들어갔다.

현대는 26일 지난 18일 일괄사표를 제출했던 사장단 8명 중 강명구 현대택배 회장, 김재수 현대그룹 경영전략팀 사장, 장철순 현대상선 부회장, 조규욱 현대증권 부회장 등 4명의 사표를 수리했다.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최용묵 현대엘리베이터 사장, 김지완 현대증권 사장,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 등 4명은 재신임했다.

◆왜 재정비 나섰나=현대는 KCC와의 경영권 분쟁 이후 줄곧 '가신 책임론'에 휩싸였다. KCC 측은 "정몽헌 전 회장과 현대그룹을 위기로 몰아넣은 사람들이 책임은 지지 않고 자리에만 연연한다" "경영 경험이 없는 현정은 회장을 옹립해 수렴청정하려 한다"며 현대그룹 경영진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나타내왔다.

玄회장은 그룹 결집 차원에서 경영진 인사를 미뤄왔지만 분위기를 쇄신하고 내년 사업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가신 그룹을 연내에 정리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으로 풀이된다. 경영권 분쟁이 소강 상태에 접어든 요즘이 인사의 적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玄회장이 취임하면서 기존 경영진에 대한 재신임을 물으려 했지만 경영권 갈등이 불거지면서 그럴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이번 인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가신들은 어디로=정몽헌 전 회장의 '가신 3인방'중 김윤규 사장을 제외한 강명구 회장과 김재수 사장이 결국 옷을 벗게 됐다.

최측근으로 꼽히던 姜회장은 鄭전회장의 집안 대소사까지 챙기며 친구 이상으로 가까웠으며, 올 초 사장단 중 유일하게 회장으로 승진했다. 姜회장은 당분간 야구단인 현대유니콘스 구단주 대행 자리만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수 사장은 2000년부터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을 맡아오며 그룹의 쇄락 이후 사실상 역할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金사장은 최근 정보기술(IT) 분야에 관심을 많이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윤규 사장은 鄭전회장이 유서에서 "윙크하는 버릇은 고치라"는 말까지 남겼을 정도로 깊은 신뢰를 받은 인사로 玄회장 체제에서도 계속 대북사업을 전담하게 됐다.

◆향후 진용은=玄회장은 일부 사장단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姜회장의 사퇴로 빈 현대택배 대표이사는 이른 시일 내에 후속인사를 실시하고,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하는 현대 경영전략팀은 조만간 조직 재정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玄회장은 내년도 경영목표를 ▶국민기업화 취지 계승 발전▶경영 안정▶이사회 중심의 투명경영▶전문경영인 체제의 책임경영▶소액주주 중시 경영으로 정하면서 "사회적으로 명망있고 유능한 전문경영인을 보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그룹 내외에서는 이병규 전 현대백화점 사장, 전동수 현대디지털 사장의 영입설이 나오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현대택배 후임 대표이사 인선은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며 "수장이 없어진 경영전략팀의 경우 ▶축소 유지▶계열사 편입▶해체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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