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라톤 여자부 우승-리사 온디에키(호) 32세 주부 투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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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세계 톱 여자마라토너 리사 마틴(32·호주)을 아는 사람은 많아도 92뉴욕마라톤우승자 리사 온디에키라는 이름에 낯익은 사람은 많지 않다. 88서울 올림픽 여자마라톤 은메달리스트 리사 마틴이 리사 온디에키로 다시 태어나 92뉴욕마라톤에서 하려하게 재기해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세기의「철녀」노르웨이의 크리스티안센(2시간21분6초의 여자마라톤 세계최고기록 보유·85년 수립)의 그늘에 가려 만년 2위에 만족해온 리사 마틴이 지난90년 케냐의 흑인 장거리스타 요베스 온디에키(31)와 결혼한 뒤 나이를 잊은 투혼에 세계 마라톤계가 갈채를 보내고 있다.
화사한 용모의「백색미녀」리사 마틴은 당시 많은 백인들의 구애를 뿌리치고 연습 중 미국에서 만난 아프리카의 흑인 육상선수를 배우자로 선택, 세계육상계의 부러움 섞인 질투를 받았었다.
남편 요베스 온디에키는 지난 91년8월 동경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5천m에서 우승하는 등 결혼전과 다름없는 활약을 보였으나, 리사는 지난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중도에 기권하는 등 별다른 기록을 내지 못해『그녀의 마라톤 인샘은 끝났다』는 혹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리사는 지난2일 새벽 벌어진 뉴욕마라톤에서 전성기 때의 기록을 능가하는2시간24분40초를 마크, 코스신기록(종전 2시간25분29초)을 수립하며 그 대가로 3만 달러(약2천4백만원)의 코스기록작성 보너스와 2만달러(약1천6백만원)의 우승상금, 그리고 벤츠승용차 등을 부상으로 받았다. 2시간24분40초는 올 시즌 여자마라톤 세계랭킹 2위의 기록.
요베스와 결혼해 두 살된 딸 에마를 두고있는 리사는 소속국의 대표로 활약하고 있으나, 훈련은 미국 애리조나주 플래그스태프라는 해발2천m의 고지에서 같이하고있다.
이들이 고지대를 훈련장소로 택한 것은 서울올림픽이후 리사가 체력적으로 다소 떨어지는 기미를 보여왔기 때문.
케냐의 고산지대 출신인 요베스는 고지생활에 익숙해 별 문제가 없으나, 리사는 2컨m에서 2분만 달려도 숨이 차고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등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리사는 두세 달 적응기를 거치는 동안 20대 초반에 뒤지지 않는 폐활량을 되찾게 됐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이번 뉴욕마라톤에서는 자신도 놀란 기록으로 우승했다.
리사는『요즘은 평지에서 달리면 왠지 허전할 정도며 42.195㎞가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리사의 이 같은 기량회복에는 코치역할을 하고 있는 남편 요베스의 역할이 큰 것은 물론이다.
요베스는 리사의 정신·몸 상태는 물론 심리상태까지 체크해 가며 훈련을 이끌고있고, 이번 뉴욕마라톤 골인직후 남편에게 안기듯이 쓰러지면서「생큐」를 연발했다.
요베스 역시 부인 리사로부터 마라톤에서의 호흡법·주법 등을 응용해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등 둘은 훈련에서부터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부부애를 과시하면서 세계육상인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신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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