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놀이로 환경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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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유치원 어린이들에게 좀 더 효과적인 환경교육 시범수업이 벌어진 3일 오후의 서울송파동 시연유치원.
『병에 걸린 피라미』『풍선을 삼킨 거북이』등 환경오염에 관한 그림 동화책들을 읽고 난 어린이들이 동시『아무도 안 본다고』를 이용한 낱말 카드놀이에 신바람이 난다.
「아무도 안 본다고 휴지를 버릴까/아무도 안 본다고 침을 뱉을까/아니아니 누가 보든 누가 안보든…」.
다음은 놀이순서. 어린이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쓰레기 빙고」「휴지통 게임」「일회용품도미노」「강물 속의 쓰레기를 건져내요」등 쓰레기 분리 수거라든가, 물의 오염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선생님들이 고안한 놀이를 하느라 여기저기서 환호성과 웃음을 터뜨린다. 강물을 나타내는 파란 상자 속에 클립을 붙인 각종 쓰레기 그림카드를 흩어놓고 자석 낚시대로 건져내서는 각각 「다시 쓸 수 있어요」「다시 쓸 수 없어요」라 적힌 쓰레기통에 나눠 넣는 식의 놀이가 꽤나 재미있는 모양. 주사위를 던져 숫자가 나오는 만큼의 쓰레기를 옷가지·빈병·깡통·종이상자 등으로 나눠 모으도록 함으로써 쓰레기분리수거방법을 익히게 한 「우리집 쓰레기」놀이팀도 사뭇 재미있는 표정들이다.
여기저기 흩어진 쓰레기들을 주워 교실 한켠의 통속에 종류별로 나눠 넣고『우는 나무 웃는 나무/푸른 강, 검은 강』등 역시 선생님들이 직접 노랫말과 곡을 지은 동요들을 부르며 둘러앉은 어린이들의 모습은 언뜻「웃는 나무」「푸른 강」을 연상시킨다.
「버려진 껌」에 대한 신체 표현활동이 벌어진 체육실. 어린이들은 선생님이 보여주는 껌 그림카드를 보며 껌이 입 속에서 씹히는 모양, 종이에 싸서버려진 껌과 아무데나 버려진 껌 등을 몸으로 표현해보며 껌을 씹고 난 뒤의 올바른 처리방법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날 시범수업에는 원래 서울시내 유치원장 등 80명이 초청됐으나,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유아교육관계자 4백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하고 교재들의 사진을 찍기도 하는 등 사뭇 진지한 표정이었다. 어린이들이 요구르트병·빈 상자·병 등을 활용해 만든 장난감·잡지 꽂이·연필통 등도 대견하고, 환경오염·에너지절약·자연보호 등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산성비는 싫어요」「오존층에 구멍이 났어요」「음식을 남기지 않아요」「걸어다녀요」「산에 갑니다」등 다양한 놀이를 고안한 선생님들의 창의성과 노력도 놀랄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처럼 유치원 어린이들의 환경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대단하지만 지금까지 일선유치원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나와있는 환경교육관련 교재 및 자료는 거의 없는 실정. 따라서 올해 서울특별시 교육청이 시범유치원으로 지정한 시연유치원 교사들이 여름방학도 잊은 채 밤늦도록 머리를 맞대고 앉아 만들어낸 어린이와 학부모 대상 교육프로그램은 더욱 중요한 의미와 가치가 있다. 어린이들에게 탄천과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을 견학토록 하고,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장바구니를 만들어 나눠주는 등으로 유치원내활동뿐 아니라 사회·가정과 연결시켜 교육하고자 애썼다는 시연유치원 원기정 원장.『그 결과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쓰레기 분리수거, 합성세제에 의한 수질오염 등에 대한어린이들의 의식과 행동이 크게 달라졌고, 학부모들도 종전보다 비누로 머리감기,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자가용 덜 타기 등을 좀더 잘 실천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따라서 앞으로 생태계나 환경문제를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어진 책이나 VTR자료 등이 개발된다면 조기 환경교육은 더욱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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