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광…피해망상…성도착…미 사이코영화…청소년 충동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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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근 미국의 사이코영화들이 세계를 광기의 중독상태로 몰아간다 해도 과장이 아닐 만큼 인간정서에 심각한 폐해를 끼치고 있다.
우려나라는 특히 미국직배영화의 흥행싸움터가 되어있는데 다 청소년들의 극장출입이 용이해 그 폐해가 위험수위를 넘어선 것으로 진단된다.
사이코영화란 존재에 관한 불안에 떠는 병적 심리의 근·원인을 따져 건강한 삶의 자세를 찾아보는 전통적인 영화장르의 하나다. 그러나 최근에 쏟아져 나오는 미국의 사이코영화는 편집광적 피해·가해망상을 지닌 정신병자의 성도착증과 엽기적 살인행각을 상품화, 관객들에게「정신병적 망상」을 불러일으키는 부작용을 낳고있다.
90년『위험한 정사』의 흥행성공이 촉발시킨 이런 유의 영하는『양들의 침묵』『원초적 본능』『요람을 흔드는 손』『최종분석』『케이프 피어』『퍼시픽 하이츠』등과 현재 상영중인『위험한 독신녀』까지 줄을 잇고 있는데 모두 세계흥행은 물론 국내에서도 수많은 관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할리우드는 이처럼 사이코영화들이 돈벌이에 성공하자『무단침입』『바깥 사무실』『깨진 거울』『어머니』『보조교사』『임시직』『응답 서비스』등 정신병자의 살인극을 연이어 제작하고 있다.
정신병자의 직업도 그전 같으면 살인광 정신의(양들의 침묵), 범죄인(케이프 피어),사기꾼(퍼시픽 하이츠)등 사회에서 일탈된 인간들이었으나 제작중인 영화의 직업은 비서·경찰, 심지어 교사·어머니까지 멀쩡한 직업인은 말할 것도 없고 인륜까지 건드리며 정신병의 상품화에 골몰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고의 영화작가라고 대접받고있는 마틴 스크세스감독조차『현재 미국의 상업영화는 관객을 사자에 물어뜯기는 인간을 보며 즐거워하는 로마인으로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실토할 정도로 현재 미국의 사이코영화는 상상 가능한 모든 변태적 상황을 관객에게 무차별로 퍼붓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그동안 외형상 갖췄던 권선징악 기준마저 모호하게 만들고 있는데 권선징악의 구도로는 더 이상 중독된 관객의 공격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고단위 자극의 강도를 계속 높여가다 이제는 더 이상의 처방이 없을 듯 하자 아예 출연진 모두를 「미친 사람」으로 설정, 관객들로 하여금 동일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이 같은 사이코영화에 관객, 특히 청소년층이 장기적으로 반복 노출되면 공격심리 또는 반대의 피해망상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이런 유의 영하는 관객을 현실로부터 도피시켜 마취상태의인간을 양산케도 된다.
이런 문제말고도 사이코영화가 대변하는 상업영화에 마비된 대중은 인간의 삶의 조건과 관계를 성찰하는 예술영화를 자연히 기피하게 만들어 예술영화 발전에 치명적 타격을 가하고 있다.
독일의 저명한 영화감독인 빔 벤더스는『최근의 미국영화는 마약과 같아 이들로부터 대중을 보호하려면 정부차원의 국민운동을 벌여야할 것』이라고 주장한바 있다.<이헌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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