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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국민당 현대산업시찰 “위법공방”/검경서 수사까지 착수한배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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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교통편·금품제공은 탈법 명백” 선관위/“선심아닌 인물소개” 고발 태세 국민당
국민당의 현대관련 산업시찰이 선관위와 검찰·경찰의 단호한 저지선에 걸려 법적·정치적 시비거리가 되고 있다.
문제의 산업시찰은 국민당이 당원들을 상대로 하는 단합대회와 현대계열사가 고객을 상대로하는 서비스차원의 두 종류다. 시찰대상은 서산간척지(현대건설 소유)·울산 현대공단. 많이 알려진 울산공단 시찰단은 현대의 간판격인 중공업·자동차·정공을 둘러보며 덜 알려진 서산의 경우는 4천7백만평의 간척지(논)와 완전자동화된 석유화학단지를 보게 된다.
직접 가본 사람이면 누구나 사업가 정주영의 성취에 대해 나름의 감명을 받으며 국민당이 노리는 점도 바로 이것이다. 그러니 국민당은 산업시찰만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관위는 이미 지난 8월부터 산업시찰의 위법성을 지적해왔다. 그러나 국민당은 산업시찰을 계속해왔을뿐 아니라 지난 10월5일 서산에서 열린 경기지부 당원단합대회에 1만여명을 동원했다. 이 행사에 참석한 정주영대표는 대단한 지지열기에 몹시 흐뭇해했다고 한다. 이후 경기지부는 5천명을 동원하는 같은 행사를 다섯차례 했으며,서울시지부도 매회 4천여명이 참석하는 행사를 개최중이다. 이와 함께 현대계열사인 자동차 등은 독자적으로 고객관리라는 형식을 빌려 일반인을 산업시찰에 초대해왔다.
이에 따라 각급 선관위에는 이를 고발하는 신고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선관위는 현장에 출동해 증거를 수집해오다 지난 10월28일 각당에 경고서한을 보내는 한편 3일에는 시찰 참석자에 대한 금품(손목시계) 제공행위 혐의로 경기도지부장 이호정의원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선관위는 산업시찰과정의 버스동원과 금품제공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각급 선관위를 통해 국민당 각 지구당에도 통고했다.
그러나 국민당은 5일 선거대책본부회의에서 「강행」과 「정면대응」을 결정했다. 국민당은 산업시찰에 대해 『당대표인 정주영이라는 인물을 당원들에게 제대로 알려주기 위한 현장교육』이라며 「선심관광」이 아니라는 반박논리를 내세웠다.
따라서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하지않은 교통편의제공」은 정당법상 보장된 행위며,『당대표를 가장 잘 알게해주는 현장이 오지에 있기 때문에 버스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실제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또 문제의 금품제공은 국민당에서 준 것이 아니라 이 의원이 경기도지부장 자격으로 준 것이기 때문에 대선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당은 이같은 논리를 앞세우며 『선관위의 주장은 확대해석이며,최악의 경우 법정에 서더라도 승소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국민당은 산업시찰에 대해 『선관위와 경찰 등이 감시활동을 하면서 당원증 제시를 요구하는 등 교육을 방해한다』며 업무방해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역공세까지 했다. 『선관위가 국민당에 대해서만 수사의뢰를 한 것은 탄압』이라고 반격하고 있다.
그러나 선관위의 주장은 다르다. 이미 지난달 28일 전체 회의에서 내린 유권해석에 따르면 「선거운동목적이 아니더라도」 교통편의제공은 선거법상 금지된 「기부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의 금품제공행위도 「특정후보가 하는 것으로 추정될 수 있기에」 이 의원 개인행위가 아니라 대선운동과정의 금품제공으로 해석된다는 설명이다. 선관위는 또 혐의를 인정하는 민주산악회 등 다른 경고대상과 달리 국민당이 불복하고 정면대응으로 나오자 『선관위의 입장은 변할 수 없다』며 『무조건 선거에 이기면 된다는 발상을 시정하겠다』는 강경입장을 더욱 굳히고 있다. 이에 더해 검찰과 경찰까지 최근 국민당과 현대계열사의 산업시찰에 대해 수사를 본격화했으며,5일에는 경찰이 선관위에 정식으로 「위법성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이미 내부적으로 검찰과 경찰은 상당한 위법사례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 10월22일 구자호창녕지구당위원장이 구속된데 이어 5일 화순지구당 청년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신청되는 등 실질적인 단속이 시작됐다.
검찰과 경찰은 이와 함께 산업시찰 외에 국민당­현대간의 연결에 대해서도 칼을 뺐다. 국민당이 현대계열사 직원을 통해 당원확보와 선거운동을 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한 단속을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당 정주영대표가 지난달 중순 현대사장단회의에 참석해 『계열사별 득표율을 인사에 반영하겠다』고 말한뒤 현대직원들의 대선운동참여는 여러모로 확산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14대 대선의 기현상인 기업과 정당의 연결고리가 과연 어느 선까지 진행되고 어느 선에서 법의 제지를 받을지 주목된다.<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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