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패배로 미 공화당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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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퀘일·베이커·체니 등 차기 대권경쟁 조짐/3천5백 「부시 식솔」 새일터 찾기 부산
미국 대통령선거가 빌 클린턴의 압승으로 막을 내림에 따라 조지 부시대통령이 이끌던 공화당내에서는 차기 대권을 놓고 벌써부터 당권다툼이 치열해지는가 하면 공화당정권에 의지해 12년간 생계를 꾸려온 「공화당 식솔」들이 새 삶을 준비하기에 분주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내년 1월20일 정식으로 정권을 이양,백악관 문을 나선뒤 곧바로 휴스턴으로 내려갈 계획이다. 자신의 사업을 일으키고 정치입문을 했던 그곳에 새로 집을 짓고 그동안 바쁜 일정으로 미뤄두었던 사냥·보트타기·낚시 등 여가로 은퇴생활을 즐긴다는 것이다.
댄 퀘일부통령의 향후 계획은 불투명하다. 인디애나주 상원의원을 역임한 그는 얼마전까지만해도 96년 대권에 대한 야심을 공공연히 밝혀온 터라 우선 당권도전에 나서리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중도적 성향을 지닌 유권자들의 변화욕구를 포용하는 방향으로 당의 낡은 색깔을 바꾸면서 새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보수진영의 기수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무능한 부통령으로 낙인찍힌 지난날의 불명예와 재선에 실패한 부통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걸림돌이 되고있어 그의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대선 막판에 인기급락의 위기에 몰린 부시진영을 돕기위해 국무장관직을 내놓았던 제임스 베이커 백악관비서실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온갖 설이 나돌고 있다.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재직시 미소 양극체제의 냉전시대를 청산하고 걸프전을 승리로 이끄는 등 「힘의 외교」를 주도해오면서 탁월한 수완을 보여 차기 백악관입성의 선두주자로 손색이 없다는 평이다.
그러나 휴스턴으로 돌아가 법률사무소일에 전념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고 와이오밍주 자신의 목장에서 여가를 보낼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또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차기 커미셔너직에 후보로 나설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정치인으로 비교적 풍부한 경험을 갖고있으며 백악관을 넘보는 야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딕 체니국방장관도 차세대주자로 끊임없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제럴드 포드 전대통령 행정부에서 비서실장을 지내기도 했던 그는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어 한동안 인기가 급상승했으나 최근에는 세간의 관심에서 벗어난 느낌이다.
일단 워싱턴생활을 청산하면 자신의 의회진출 교두보를 마련해줬던 와이오밍주로 낙향할 것으로 전해지나 이 주가 정치적 비중이 적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밖에 보수파 평론가이자 부시대통령의 최대 경쟁자였던 패트 부캐넌,빈 웨버 미네소타주지사,잭 켐프 주택장관 등이 당권도전에 나설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당권경쟁을 둘러싼 한차례 격전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한편 나머지 관료들이나 보좌관들의 경우는 대부분이 전직 변호사나 대학교수로 있었던 경력을 갖고 있어 현직에서 물러나도 과거의 자리로 쉽게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들 관료들보다 정작 문제가 심각한 사람들은 바로 공화당정권의 핵심부에서 12년간 녹을 받아온 하위직 관리들과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는 소위 정치적 임명직에 해당하는 3천5백여명의 「공화당 식솔」들로 이제 새 일터를 찾아 길거리로 나서야 할 판이다. 그러나 이들이 구직에 발벗고 나서고 있지만 이번 대선에서 부시정권의 주요 패인으로 지적돼온 국내경제의 불황으로 인해 그마저도 쉽지는 않을 듯하다.
구심점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공화당은 이제 부시를 이을 대권주자들이 서서히 떠오르며 당권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면서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갈 부시 등 행정부관료들과 식솔들이 어떻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격량을 헤쳐나갈지 주목된다.<고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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