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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익 앞세운 자유무역주도(전환기 맞는 미국/클린턴시대: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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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제안보회의」 설치 통상 우선/단기적으론 균형무역 힘쓸듯
빌 클린턴 미 대통령당선자는 시장개방을 통한 세계무역자유화를 미국이 주도하겠다는 구상을 분명히하고 있다.
그는 유세기간내내 미국의 경제재건계획을 말하면서 그 중요한 수단의 하나로 세계무역의 자유화를 천명해 왔다.
특히 부시행정부아래서 세계 무역자유화라는 새질서를 구축치 못한 것은 부시행정부가 외국의 로비나 영향력에 약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그는 미국국익 우선의 세계무역 질서를 관철시킬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그는 세계무역자유화를 위해 6년동안이나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을 가능한한 빨리 타결시킨다는 입장이다.
또 한편으로 그는 이 협상이 일반상품뿐 아니라 회담의 교착요인이 되고있는 농산물과 서비스산업의 완전 개방,지적소유권의 보장과 불공정 무역엔 강경조치로 대응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클린턴 차기 미 행정부의 세계무역자유화에 대한 강경입장은 공정한 게임의 룰이 적용되면 『미국의 농민과 노동자,그리고 기업들은 누구와의 경쟁에도 이길 수 있다』는 확신과 그같은 환경을 미 국내에 조성하겠다는 공약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협상엔 상대가 있고 상대의 이해가 여러 갈래로 갈려 미국의 입장만을 클린턴행정부가 관철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의 무역정책은 범세계적인 관점보다는 미국의 경쟁력회복과 경제재건을 통한 지도력 유지라는 상당히 국가이기주의적인 발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협상상대 어느나라도 자기나라의 이익을 포기하면서 다른 나라이익과 지도력에 봉사하려 하지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유럽과 태평양 연안국가들에 『조선과 항공같은 주요산업분야에 불공정 무역보조금을 중단토록 요구할 것』이라든가,불공정무역국을 제재하는 슈퍼301조를 강화해 『다른 나라들이 우리(미국)의 룰에 따른 게임을 거부할 경우 그들의 룰에 따른 게임을 할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는 것 등이 그것이다.
클린턴 행정부는 또 세계자유무역이 위생·안전·환경기준을 높이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세계무역정책 수립을 위해 클린턴은 백악관에 들어서는 첫 작업으로 경제안보회의(ESC)를 창설할 계획이다.
이 ESC는 냉전시대 미국의 대외정책을 수립하며 세계질서를 주도해온 국가안보회의(NSC)와 같은 격의 기구로 미국의 국제경제정책수립뿐 아니라 세계무역질서를 주도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경제회의를 만들며 「안보」라는 이름을 덧붙인 것은 클린턴이 미국의 경제문제와 무역을 경제차원으로서 뿐아니라 「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는 세계지도국으로서의 지위는 경제력 뒷받침없이는 공허한 것이라고 반복해 주장해 왔다.
ESC 창설과 아울러 클린턴은 미 무역대표부(USTR)의 전면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클린턴의 현 미 무역대표부에 대한 시각은 무역협상대표들이 외국기업이나 정부의 대표로 봉사함으로써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무역대표부가 『외국경쟁자들의 두꺼운 로비돈에 말리지 않고 국가에 봉사하는 기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로비활동법을 개정,국내외 모든 로비·이익단체들이 정부관리는 물론 의회의원과 그 보좌관들을 만나면 30일안에 이를 정부에 신고토록 하고,1년에 두번 접촉과 비용을 보고토록 할 계획이다.
세계무역 자유화질서와 함께 미국이 이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내부질서도 바로 잡겠다는 것이다.
무역적자가 매년 1천억달러를 오르내리고,그 때문에 국부의 유출로 경제가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는 미국이 이를 해결하기위해 강력한 국내외 무역자유화정책을 추구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클린턴의 정책은 여러나라와 통상마찰을 일으켜 국제무역질서를 오히려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클린턴이 이같은 강력한 입장을 밀어붙일지,현실과 타협할지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
강경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는측은 ▲미국 자신이 갖고 있는 거대한 시장 ▲냉전종식후 확보한 유일 강대국으로서의 영향력 ▲그가 국민에게 한 약속 등을 든다.
그러나 그가 미국 중심의 무역질서만을 세계에 강요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다른 국제문제와 달리 국제무역관계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또는 선진국 서로간에도 이해가 다르고 클린턴이 급진주의가 아니라 현실적 중도주의자라는 점,그리고 강경입장이 자칫 몰고올 보호주의는 미국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 등이다.
이와 관련,클린턴이 강경무역정책을 천명하며 부시 행정부의 1천억달러를 넘는 대일본 무역적자,유럽의 성공을 가로막는 독일의 고금리정책,중국에의 최혜국대우 연장조치를 큰 실책으로 지적하고 있음을 주목하는 사람도 있다.
또 일부 전문가들과 민주당 선거참모들조차 자유공정무역을 새 행정부의 무역정책으로 지적하면서도 이를 「균형무역」과 혼동해 쓰고 있는 것도 유의할만하다.
따라서 클린턴행정부의 무역정책과 세계무역질서구도는 장기적으로 자유공정무역이란 기본입장을 추구하면서 단기적으로 현실적인 균형무역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리틀록=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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