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비방 안통하는 미 유권자/박준영 뉴욕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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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 대통령선거전에서 두드러진 것의 하나는 유권자들이 후보들간의 인신공격을 극도로 혐오한다는 점이다.
인기 열세로 재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지 부시대통령이 앞서가는 빌 클린턴 민주당후보의 베트남전당시 군복무 기피와 외국에서의 반전데모 경력 등을 들추어 그에 대한 신뢰성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늘어졌지만 상대를 끌어내리는데도,자신의 인기를 높이는데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부시의 인기가 한때 39%까지 올라갔던 것은 올 3·4분기 미국의 경제성장이 2.7%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였으며,클린턴의 인기가 일시적으로 떨어졌던 것도 부시의 인기상승 때문이 아니라 지난 19일 3차 후보토론이후 페로의 인기가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이는 결국 미국 유권자들이 국가의 당면 정책이슈를 외면한채 상대후보의 인신공격만 일삼는 후보에게는 애정을 보내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로스 페로후보의 부침을 보면 유권자들의 이같은 성향은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달초 재출마를 선언할 당시 8% 수준이었던 그의 인기는 세차례의 TV토론을 거치는 동안 20% 가까이 상승,선거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까지 예측됐었다.
그러나 지난주 그의 인기는 15% 수준으로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7월 그가 후보를 사퇴했던 이유가 그의 딸 결혼을 막으려는 부시진영의 음모 때문이었다고 주장한 것이 거짓으로 밝혀진후에 나타났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인신공격성 발언을 혐오하는 이유는 언론들이 그 진위를 철저히 추적,정당성과 허구성을 구분해주는 풍토에도 기인하고 있다.
곧이어 대선을 치를 우리나라에서도 후보들이 상대후보에 대한 인신공격보다 건전한 정책제시를 무기로 당당하게 겨루기를 기대하고 아울러 유권자들도 이들의 정책대결에 귀기울이는 성숙한 태도를 정립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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