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성북구민들 "서찬교 구청장 주민소환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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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청에서 벌어진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출장비 47억원을 나눠먹기 식으로 지급하는가 하면, 연수비 1억여원을 허위 지급한 것도 적발됐다. 주민들은 서찬교 구청장을 '주민 소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북구청 측은 "다른 구청도 사정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서울 성북구청이 최근 2년 반 동안 출장 여부와 관계없이 직원들에게 47억여원을 출장비 명목으로 일괄 지급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성북구청은 지난달에도 직원들이 허위로 초과근무수당을 받아 온 사실이 밝혀져 무리를 빚었다. 구청장은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서찬교(64)씨다. 이번이 두 번째 임기다. 구청 직원들이 수십억원의 국민 세금을 멋대로 나눠 쓴 사실이 드러나자 시민단체와 주민 사이에서 "구청장을 소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덕적 해이 심각한 수준=국가청렴위원회는 "지난달 28일부터 나흘간 성북구청의 공무원 행동강령 이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 47억여원의 출장비가 부당하게 지급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13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성북구청 과장 26명은 2005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매달 12차례씩 관내 출장을 다녀온 것처럼 서류를 꾸며 1인당 192만원에서 최고 528만원까지 총 1억원의 출장비를 타냈다.

6급 이하 직원들도 실제 출장과 무관하게 같은 기간 매달 24만원씩 정액으로 모두 46억여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청렴위는 "이 중 현장 지도.감독 업무가 많은 부서의 직원을 대상으로 실제 출장 여부를 조사해 보니 출장신청서의 상당 부분이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성북구청 일부 직원은 청렴위가 실태 조사를 하던 지난달 30일에도 출장을 갔다고 거짓 출장신청서를 작성했다가 조사관들에게 적발됐다. 청렴위 관계자는 "일부 과장급 공무원들은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뒤늦게 출장신청서를 소급해 만들어 놓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성북구청은 또 퇴직을 앞둔 성북구청 공무원 58명에게 2005~2006년 해외연수비 명목으로 500만원씩 지급했는데, 이 중 36명은 해외연수를 가지 않았다. 청렴위는 부당하게 지급된 출장비는 전액 환수 조치하고 대상자를 엄하게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주민소환제로 심판해야=정택동 성북구청 행정지원과장은 "실제 출장을 가지 않고 출장비를 지급받은 게 아니다"라며 "구청 직원들은 하루에도 수차례씩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정 과장은 "직원별로 일일이 출장부를 작성하는 게 번잡스러워 15년 전부터 행정절차 간소화 차원에서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정액 방식으로 지급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연수비에 대해서도 "공로연수비는 격려성 경비로, 반드시 해외연수를 전제로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주민소환제로 서 구청장에 대한 법적.정치적 심판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성북구 돈암동 황모씨(46)는 "한 달에 한 번씩 문제가 터지는데, 더 이상 세금 낭비가 없다는 보장이 어딨냐"며 "구청장을 소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인욱 '함께하는 시민행동' 예산감시국장은 "지자체의 하위직 공무원까지 연관된 문제임에도 그동안 아무런 시정조치가 없었던 만큼 최고 책임자인 구청장에게 책임을 묻는 게 당연하다"며 "성북구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주민들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성북구 주민들이 구청장 소환 청구에 나설 경우 법률 자문과 실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지는 이날 서 구청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신홍 기자

◆주민소환제=주민들의 뜻에 반하는 정책을 계속하는 단체장을 임기 중에라도 주민들이 직접 소환해 징계할 수 있도록 한 제도. 주민 투표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하고 유효투표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해당 단체장은 즉시 물러나게 된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25일부터 주민소환법이 시행됐다.

◆서찬교(64) 구청장=한나라당 공천으로 2002년 성북구청장에 선출된 뒤 지난해 재선됐다. 경남 고성 출신으로 부산고와 국민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62년 건설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시 총무과장과 시장 비서실장을 거친 뒤 양천구.구로구.은평구.강동구 부구청장과 송파구청장을 지냈다.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서울시성북구 구청장

194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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