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은 광고 출연 거절, 정부선 감독 강화 … 요즘 대부업체들 "울고싶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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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최근 대부업체 광고모델로 나왔던 연예인들이 대부업체와의 광고 재계약을 거절하고 있다. 아예 계약 제의를 거부하기도 한다. 대부업체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광고 출연을 포기한 것이다. 정부도 대부업체 광고 실태조사에 나섰다. 이처럼 시선이 따가워지자 대부업체들은 금리인하를 통해 이미지 개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연예인 줄줄이 계약 거절=13일 대부업계에 따르면 최수종씨는 최근까지 출연해 온 대부업체와의 광고 재계약을 거절하고, 계약을 주도했던 담당 매니저와 결별했다. "팬과 시청자에게 실망을 드려 죄송하고, 사죄 드리고 싶다"는 게 최씨의 입장이다. 지난달 말에는 김하늘씨가 계약 기간이 남았음에도 출연료를 돌려주고 대부업체 광고 계약을 해지했다. 차인표.박진희씨는 아예 모델 제의를 거절했다. 최근 고리 사채에 빠진 서민 피해가 늘면서 대부업체 광고를 손대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정부도 압박에 가세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부업체의 허위.과장 광고 여부를 가리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허위.과장으로 판명되면 '표시광고법'에 따라 처벌키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도 최근 권오규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대부업 정책협의회'를 갖고 대부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지침을 만들기로 했다.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임동현 국장은 "법망을 무시하고, 살인적인 고금리와 빚 독촉을 일삼는 업체가 여전히 많다"며 "불법 대부업체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업 이미지 개선 안간힘=일반인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가진 연예인을 기용, 거부감을 줄여 온 대부업체로서는 전략에 빨간등이 켜졌다. 한 대형 대부업체는 지난주 예정돼 있던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했다. 대부업체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설립 이후 처음 마련한 자리였으나 워낙 부정적인 여론을 우려한 때문이다.

결국 대부업계가 꺼내든 해법은 금리인하. 업계 1위인 러시앤캐시가 대출 최고금리를 54.75%로 11.25%포인트 내린데 이어, 2위 업체인 산와머니도 이자율을 내리는 등 금리인하가 잇따르고 있다. 연말로 예상되는 대부업법 개정안 시행에 앞서 자발적으로 금리를 낮추는 게 이미지 개선에 힘이 된다는 판단이다.

대부업체의 연합회 격인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협회는 최근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대부업체 신용조회가 아무리 많아도 신용등급은 1등급만 하락할 뿐 급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재선 사무국장은 "인터넷을 통해 활동하는 제도권 금융기관의 대출중개인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대부업체에 대한 거짓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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