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을 유희로 다루다니…(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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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마광수교수가 『즐거운 사라』라는 책 때문에 음란물 출판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하루뒤인 30일 오후 서울시내 유명서점들은 문제의 책을 사려는 청소년·대학생·회사원들이 줄을 이었다.
대부분 30대 이하인 이들은 연일 신문지상에 대서특필되는 마 교수 관련 기사에서 호기심을 자극받은 것이 분명해보였다.
『이미 책이 다 팔렸다』는 얘기를 듣고 아쉬운 표정으로 발길을 돌리는 청소년들은 친구들에게 빌려서라도 책을 읽고야 말 것이라는 예감이었다. 그러나 이미 책을 읽어본 사람들의 반응은 의외로 무덤덤했다.
『마 교수의 「즐거운 사라」는 중·고생들이 화장실에 낙서하는 수준의 성적 상상력을 좀더 그럴듯하게 그렸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주관적인 평가겠지만 문장력이나 문장의 구성·전개도 치졸하고…. 읽고 난뒤 전체 내용보다는 몇몇 자극적인 묘사만 생각나는걸 보면 청소년들에게 성에 대해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줄 우려가 있는게 분명해보입니다. 그렇지만 법으로 다스리는게 옳을지….』
을지서적에서 만난 K대 국문과 대학원생 이모씨(27)의 말이다.
『성적인 자유보다는 변태를 찾아 헤매는 여대생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라고 강변하는데 어이가 없더군요.』
E여대 서모양(22)은 마 교수가 신촌문화를 제멋대로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누구보다 마 교수의 연세대 한 동료교수 지적이 실감이 났다.
『언론의 책임도 크다고 봅니다. 따지고 보면 전혀 새로울 것 없는 마 교수의 주장이나 언행을 재미있다는듯 앞다퉈 보도하고 방송에도 마구잡이로 등장시켜 마치 스타인양 만들어놓더니 이제와서 청소년들에게 해악을 끼쳤다니…. 조금 유명세를 타니까 영화를 만들겠다고 나서고 잇따라 책을 써내는 마 교수의 처신도 문제지만 그의 행동을 흥밋거리로만 보도한 언론과 성적 타락풍조가 마 교수라는 희생양으로 막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한 검찰도 반성해야 합니다.』<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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