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하락의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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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부 「안정화시책」 효력 가시화/농축수산물 값 안정도 힘입어
0.1%라는 작은숫자지만 소비자물가가 모처럼 하락세를 보이고 연율로 5%대의 상승률에 그치고 있는 것은 이른바 「인플레 심리」를 불식시키는데 상당한 기여를 할 것임에 틀림없다.
특히 도매물가가 연 3개월째 전월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 물가까지 동반하락,앞으로의 물가전망을 더욱 밝게 해주고 있다. 물가당국은 올 연초 설정했던 9%이내 물가목표를 이미 두차례 수정,6%선으로 낮춰잡고 있는데 연말 물가의 관건이 되는 기름·연탄 등 연료비와 김장채소값이 어느해보다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고,연간 10% 가까운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던 지난 90,91년에도 11∼12월의 물가상승률이 0.6∼0.7%선에 머물렀던 점 등을 감안하면 이변이 없는한 물가는 5%선에서 잡을 수 있을 것이 확실시 된다. 10월의 물가하락은 올해 작황이 호조를 보인 농축수산물의 가격하락에 결정적으로 기인하고 있지만 올들어 전체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물가안정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그동안 강력히 추진해온 총수요 관리 등을 통한 안정화 시책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작년 하반기부터 추진해온 경제정책의 기조는 내수진정을 통한 의도적인 감속성장과 이를 기반으로 물가·국제수지를 개선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으며 현재까지 성장·물가·국제수지 등 각종 거시경제 지표는 대체로 이같은 정책효과가 실제로 가시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90,91년의 높은 인플레는 기본적으로 과열성장에 따른 것이었다는 판단과,통화의 긴축관리와 수요 및 비용측면에서의 인플레 압력을 의도적으로 줄이기 위해 추진돼온 건설규제 등 내수진정시책 및 총액임금제 등이 부분적인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옳은 방향이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올해 물가가 기대이상의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는 결정적 요인이 농축수산물의 가격안정이며,농축수산물 가격은 작황에 따라 급변할 수 있는 가변적 요소라는 점이 반드시 감안돼야 한다. 따라서 현재의 안정추세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중장기적 목표로 삼고 있는 연간 3%선의 물가상승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의 정책기조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어져야 하며 만일 부분적 고통을 이유로 이같은 과정이 중도 포기된다면 다시 한번 물가구조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 더욱 자심한 고통을 치러야할 것이란 점을 반드시 상기해야 할 시점이다.<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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