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떨어지면 여자는 집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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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보수파 남성이 장악하고 있는 쿠웨이트 의회가 여성의 야간 활동을 금지했다. 의회는 11일 '여성의 부도덕한 야간 업무를 금지하는 법'을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다른 중동국가는 여성의 사회 참여를 장려하는 추세지만 쿠웨이트는 오히려 외부활동마저 더욱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통과된 법은 "여성들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공중도덕에 어긋나는 직종에 근무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이에 대해 "그러나 공중도덕이 무엇인지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자의적인 법적용의 소지가 많다"고 12일 평가했다. 이 법은 또 "시간에 관계없이 남성들만 있는 장소에서 여성이 일을 할 수 없다"고 못 박아 여성의 사회.경제 활동을 낮 시간에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남성의원 50명으로 이뤄진 쿠웨이트 의회의 대변인은 "여성을 부도덕한 행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 법안의 목적을 설명했다.

이 법은 지난해 6월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보수파 이슬람주의 의원들이 의회 통과를 강력히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웨이트는 이라크 점령에서 자국을 구해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민주적인 선거를 치르고 여성 참정권도 허용했지만 여성 당선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오히려 자유선거를 이용해 여성의 사회 참여를 꺼리는 이슬람주의자들이 더 많이 의회에 진입했다.

쿠웨이트는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여성에게 눈만 내놓고 다닐 정도로 엄격한 복장은 강요하지 않으며, 여성들에게 운전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음주는 확실히 금지하고 있고, 향락산업도 절대 허용하지 않고 있다. 쿠웨이트 의원들은 최근 주변 이슬람 국가들의 개방 정책을 비난해 왔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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