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3관 왕|장의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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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꿈의 구연」인 그랜드 슬램 대회로 발돋움하자.
지난 22일 끝난 92년 제2차 실업테니스대회에서 당당히 우승, 올 시즌 3관 왕에 오르며, 한국 남자 테니스의 최고봉을 재확인한 장의종(장의종·23 대한항공)이 데이비스컵 본선진출 좌절의 아픔을 딛고 내년 시즌 첫 그랜드 슬램대회인 호주오픈 본선에 도전키 위해 ATP(남자 프로테니스협회)포인트 사냥에 나선다.
1m 84㎝·80㎏의 서구선수들 못지 않은 당당한 체격과 강력한 서브에 이은 날카로운 발리 등 동양 권에선 보기 드문 호쾌한 현대테니스를 구사하는 장이 이제 비좁은 국내와 아시아권을 탈피, 세계무대로 도약키 위한 용 틀임을 시작한 것이다.
장의종이 계획하는 그랜드 슬램 대회 도전 첫무대는 93년 1월 멜버른에서 벌어지는 호주 오픈.
4대 그랜드 슬램대회(프랑스 오픈·윔블던·미국 오픈·호주오픈) 중 상금액수가 가장 낮지만 국내에선 김봉수(김봉수)가 지난 89년 단 한차례 유일하게 본선무대를 밟아봤을 정도로 아직 한국선수들에겐 도전조차 버거운 세계대회다.
당시 김봉수는 본선 1회전에서 인도의 크리시난에게 접전 끝에 3-2로 석패, 더 이상의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한국 남자선수가 그랜드 슬램대회에 도전한 것은 김봉수가 88년(예선탈락), 89년 두 해 연속 호주오픈에 출전한 것이 고작으로 여타의 3개 그랜드 슬램대회에는 예선에조차 참가해보지 못했다.
그러나 장이 김봉수에 이어 두 번째로 호주오픈 본선에 나서기 위해서는 먼저 떨어져있는 ATP 포인트 획득이 급선무.
올해 초 1백 7점으로 세계 랭킹 2백 56위까지 치솟았던 장은 이후 중국·대만·뉴질랜드·CIS와의 잇따른 데이비스컵 예선전과 바르셀로나 올림픽대회 등에 국가대표로 참가하느라 ATP점수를 얻을 수 있는 서키트 등 국제대회에 출전치 못해 현재 60점을 까먹은 47점으로 3백 98위로 곤두박질하고 말았다.
이같이 실추된 랭킹으론 호주오픈 예선전에 명함조차 내밀기 어려워진 장은 고육지책으로 26일부터 열리는 제47회 한국선수권대회를 결장한 채 곧바로 총 상금 2만 5천만 달러의 마닐라 챌린저대회(11월 2∼8일)에 참가, 본격적인 포인트 획득 작전에 돌입하는 것이다.
올 한해 한국테니스를 결산하는 성격을 띤 한국선수권대회는 대한 테니스협회의 역점사업으로 총 상금 1천만 원이 신설돼 놓치기 아까운 대회지만 랭킹을 올리기 위한 ATP 점수획득이 급한 장으로선 어쩔 수 없는 상황.
이어 11월 9일부터는 브루나이 챌린저, 16일부터는 말레이시아 챌린저 등 상금 2만 5천 달러의 대회에 잇따라 참가한 뒤 무대를 홍콩으로 옮겨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아선수권대회(11월 30일∼12월 6일)에 출전한다.
장은 아시아선수권이 끝난 뒤 곧바로 역시 2만 5천 달러의 홍콩챌린저에 참가, 올 시즌 챌린저 장정의 막을 내릴 예정.
김성호(김성호) 대한항공 감독은 4개의 챌린저 대회를 통해 최소 70여 점 이상을 추가, 2백위 권 전후에 올라서면 호주오픈 예선참가는 무난하다는 계산이다.
과연 한해를 결산하는 한국선수권까지 건너뛴 채 ATP 포인트 획득에 나선 장이 예상대로 점수를 획득, 호주오픈 도전 티켓을 따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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