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탈선을 막자"|「청소년 쉼터」28일 개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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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충동적으로 가정을 뛰쳐나온 청소년들이 갖가지 유해환경 속에서 비행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청소년 쉼터」가 28일 문을 연다.
서울 YMCA(회장 전대련)와 체육청소년부가 서울 종로구 가회동 9의1에 대지 2백 86평, 건평 1백 56평 규모의 3층 건물을 빌려 마련한 이 쉼터에는 상담실·식당·침실·음악실·공부방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어 가출청소년들이 침식을 제공받기 위해 유흥업소 및 윤락가로 빠지는 것을 막게된다.
또 상담과 심리검사 및 진로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가출청소년이 자신의 문제를 차분치 생각해보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한다. 그밖에 가출하지는 않았더라도 가정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이 부모의 허락을 받고 조용히 쉬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장소로도 활용케 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서울 YMCA가 전국 7개 대도시 남녀 중·고생 5천 2백 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출충동을 느껴본 청소년이 약74%. 실제로 가출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도 1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중 남학생의 26%와 여학생의 18%는 전자오락실·당구장·술집 등의 유흥업소에 취직했다고 응답함으로써 청소년의 가출은 유해환경 접촉-비행으로 연결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이 같은 현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청소년 쉼터는 각종 청소년상담실이나 경찰서의 협조 속에 일단 중·고교에 재학중인 남학생을 대상으로 각종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하루 최대 20명까지 무료로 받아들여 가족과 연락함으로써 안전귀가를 도우며 최대 이용기간은 5일. 이 쉼터의 실장으로 내정된 서울Y 청소년상담실 한명섭 간사는『쉼터의 운영과 프로그램진행에 이용 청소년의 참여를 극대화시켜 자립적 생활을 경험토록 하며, 개인생활과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가급적 규제를 줄일 방침』라고 말한다.
상담원과 교사 등 7명의 실무자 외에도 50명의 자원봉사자와 운영위원들이 함께 참여할 이 쉼터는 단계적으로 남녀학생·근로청소년 등 대상을 세분해 적절한 도움을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각 지역 소규모 쉼터들의 기본 모델로 삼을 예정이다.
현재 국내에는 매맞는 여성을 위해 여성의 전화가 운영하는 쉼터 등이 있으나 매맞는 아동 및 가출 청소년을 위한 본격적 쉼터는 이것이 처음이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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