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해외무대 진출 활발|극단 자유·무천·서울 창무 극단 등 잇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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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야심적인 극작품들이 잇따라 외국으로 진출, 우리 무대를 세계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연출과 연기는 물론 음악·미술의 종합예술로서 한 나라문화수준을 단적으로 가늠하게 해주는 연극무대가 외국에서도 수준 급의 평을 받고 우리 고유의 소재가 보편적인 공감을 얻게될지가 관건이다.
지난 8월 반전 극『오장군의 발톱』(극단 미추·박조열 작 손진책 연출)이 태평양연극제에서 호평을 받은 이후 세계 무대에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이래 수년간 준비해온 화제작들이 해외무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25일부터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선보이는 김정옥 작·연출의『노을을 날아가는 새들』(극단 자유)은 내년 4월 프랑스 파리 롱푸엥 극장에서 초청공연을 연다.
『노을을…』은 희곡보다 배우들의 실제 연기에서의 창조를 중시하는「집단창조」「총체 연극」으로 민족의 자긍심을 지키려는 내용을 가상적 시대와 공간의 굿판으로 구성하고 있다.
연출가 김아라 씨가 창단한 극단 무천의 데뷔작『숨은 물』(정복근 작)은 30일부터 도쿄·교토·고베 등지에서「제1회 아시아 여성 연극 회」초청공연으로 일본에서 먼저 선보인다.
『숨은 물』은 ▲신라의 삼국통일 ▲이성계의 왕조전복 ▲구한말 일제침략기 등 역사의 결정적 시기에 겨레의 자존을 지키려는 선조 들의 정신을 심문자-변절자-피의자의 삼각 대립으로 관객에게 제시하는 작품이다.
다중 적인 극적 구조를 가진 이 작품에서 탈놀이·구전동요·사물놀이·수벽치기 등 전통연희와 무예가 삽입돼 우리의 것을 무대에서 보여준다.
신구·최재영·유영환씨 등 베테랑 연기자들이 출연하는『숨은 물』은 12월 4일부터 두 달간 서울 성좌소극장에서 공연될 예정.
서울 창무 극단은 지난해 말 KBS 별관 홀에서 막을 올렸던 창무극『얼레야』를 가지고 11월 워싱턴 케네디 센터에서의 공연을 필두로 시카고·샌프란시스코 등지를 돌며 미주 순회공연을 갖는다.
안동의 하회탈 설화를 춤과 노래를 섞어 각색한『얼레야』(오현주 작·연출)는 탈춤·민요·전통놀이판·궁중음악 등 한국 문화의 원류들을 무대화한 것으로 우리 고유의 것을 미국사회에 소개하는 계기를 얻게됐다. 창무 극『얼레야』는 12월2일부터 귀국공연도 계획하고있다.
독일어권 연극을 주로 소개해온 극단 우리극장은 극장을 바꿔가며 장기공연하고 있는『광대학교』(F 붸히터 작·고금석 연출)로 11월 15일부터 LA교민 초청공연을 갖는다.
『광대학교』는 자유분방한 광대 학생들과 이들을 억압하려다 골탕먹는 훈장선생간의 대결을 보여주며 획일적인 교육의 타성을 고발하는 코믹 뮤지컬이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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