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10년' … 본지·경제학회 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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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서울대 국제대학원).이창용(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11일 중앙일보와 한국경제학회(회장 이영선 연세대 교수)가 공동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외환위기 이후 10년:한국 경제 무엇을 배웠고 어디로 가고 있나' 논문에서 "늦어도 2~3년 내 세계 경제는 커다란 혼란의 늪에 빠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 경제는 이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10년 전 외환위기가 내부 요인에 의해 시작됐다면 새로운 위기의 진원지는 미국과 동아시아"라면서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 때문에 미국 달러가 폭락하거나 급등했던 동아시아의 주택과 주식 등 자산 가치가 폭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무역적자로 인한 글로벌 불균형이 위기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어 "외환위기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하기에는 금융과 실물경제에 누적된 위험 요소가 많고 성장 잠재력도 너무 취약해졌다"며 "다시 위기가 찾아온다면 우리 경제는 재정적자와 급증한 국가채무 때문에 97년 위기 때처럼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 수도 없다"고 우려했다. 새 위기에 맞설 태세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걱정이다. 또 외환위기 후 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면서 성장 동력을 잃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 등에 치여 샌드위치 신세가 돼 가고 있는 것도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위기 극복의 해법으로 강인하고 기동력.적응력이 있는 경제를 제시했다. "정부 지출과 규제를 줄여 자유로운 시장과 활력 있는 민간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며 "아무리 규제 완화를 외쳐도 정부 규모와 조직이 지금처럼 커진다면 기업과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김정수 경제전문기자

※중앙일보는 외환위기 10주년을 맞아 경제학회에 이어 한국사회학회(9월 중), 한국정치학회, 한국경영학회(11월 중)와 잇따라 공동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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