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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박수 받는 경선을 해 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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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2007년 대선에서 어제는 분수령이었다. 야당 후보 경쟁자인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동시에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양인은 당내 경선에 등록했으며 이젠 지더라도 본선에 나오지 못한다. 그런 법 때문에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일찍이 당을 나갔다.

한나라당 경선은 작게는 당을 위해, 크게는 한국 정치를 위해 혁명적 실험이 돼야 한다. 한국 정치사에서 경선은 항상 파괴와 분열, 그리고 부실의 정치쇼였다. 1992년 민자당 경선은 김영삼 후보의 거부로 정책 연설을 하지 못한 기형(畸形)이었다. 이종찬 후보는 이에 반발해 신당을 차렸다가 정주영씨의 국민당에 흡수됐다. 97년 신한국당 경선 때 대의원은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 결함을 알지도 못했다. 9룡이니 뭐니 말만 요란한 얼치기 경선이었다. 게다가 이인제 후보가 경선에 불복하고 당을 차려 대선에 나갔다. 보수표는 갈라졌고 10년 진보 정권시대가 열렸다. 이런 경험이 있는데도 2002년 한나라당 경선은 이회창 후보 검증에 철저하지 못했다. 당원들의 '설마' 의식이 나중에 김대업을 불렀다.

경선이 부실하기는 현재의 여권도 마찬가지다. 2002년 민주당 경선은 노무현 후보의 포퓰리스트 요소를 걸러내는 데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했다. 이인제 후보는 막판에 포기하고 또 당을 뛰쳐나갔다. 이런 현실이 우리 정당들이 만들어온 경선 역사다.

이번에 한나라당은 제대로 된 경선의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후보들을 냉혹하게 검증해 부실을 막고, 어느 쪽도 불만이 없도록 공정함이 칼날 같아야 하고, 이긴 쪽이 진 쪽에게 보복해서는 안 되며, 패자는 깨끗이 승자를 도와야 한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다. 그런 연후에야 국민에게 정권을 달라고 손을 내밀 자격이 있다.

경선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더욱 소중하다. 민주주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한나라당은 경선다운 경선을 함으로써 한국 정치를 업그레이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