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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무료 진료 펴는 박한성 서울시의사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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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물론 의사들이 자성해야 할 부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의사를 부도덕한 사람들로 몰아가는 것은 국민과 의사 간의 소모적인 갈등만 초래할 뿐입니다. 그러는 사이에 잘못된 국가 의료체계는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박한성(朴漢晟)서울시의사회장은 "일부 의사가 보험료 과다청구 등 손가락질 받을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일부일 뿐"이라며 "대부분의 의사는 국민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0년 실시된 의약분업을 둘러싸고 의료계 내부의 잡음은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는 상태.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 인해 '고소득 전문직의 신화'는 깨진지 이미 오래"라며 의사들은 볼멘소리를 하고 있고, 이런 의사들을 보며 국민은 "배부른 소리한다"며 혀를 차고 있다. 이런 현실에 대해 朴회장은 "안타깝다"는 말을 반복했다.

"의사가 공익을 생각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모든 의사가 늘 자원봉사만 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당연히 의료체계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인 거죠. 하지만 정부는 이런 노력 없이 의사들만을 매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할 환자(국민)와의 관계가 깨지고 있습니다. 심각한 문제입니다."

'밥그릇 싸움'으로 보일 수 있는 다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의사와 환자 사이에 불신이 커져가는 것만은 간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朴회장이 취임 직후부터 의사회가 중심이 된 봉사활동을 기획, 실행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그 동기를 알 수 있다. 제도적으로 멀어질 수밖에 없는 의사와 환자의 거리를 조금이라도 좁히기 위한 노력인 것이다.

서울지역 25개 구(區)의사회로 구성된 서울시의사회는 지난 6월부터 서울에 있는 32개 대학 및 종합병원과 손잡고 노숙자.외국인 근로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료 진료를 하고 있다. 진료 결과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지역의 종합병원에서 입원 치료도 받을 수 있게 해준다. 이 경우 치료.입원비는 75%까지 할인해 준다.

이뿐이 아니다. 서울시와의 협의를 거쳐 내년부터는 구청에서 발급받은 독거노인증만 제시하면 회원이 운영하는 모든 병원에서 무료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www.sma.or.kr.02-2676-9751).

의사회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朴회장의 최종 목표는 의사회 산하 복지재단을 설립하는 것. 朴회장은 "회원들의 정성을 모아 세워질 이 복지재단을 통해 상설의료봉사대를 운영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의사회는 27일 서울 연세대 대강당에서 회원 5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료제도 개혁을 위한 궐기대회'를 연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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