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사자상 송곳니 수난/“보관하면 행운” 미신…부러뜨러 훔쳐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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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사자와 호랑이 송곳니를 보관하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미신때문에 서울시내 한강 교량 입구에 세워진 호랑이 사자 석상이 수난을 겪고 있다.
미신을 신봉하는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이 밤중에 망치 등으로 송곳니를 부러뜨려 훔쳐가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한남대교·서울대교에 세워진 여섯개 호랑이(2)·사자(4) 석상의 송곳니 24개중 도난(?) 당한 것은 모두 13개.
서울시는 그동안 이를 방치해오다 최근 이상배서울시장이 『이 없는 호랑이가 서울을 지킬 수 있겠느냐』며 보수를 지시하자 지난달 보치작업을 벌였다.
이들 동물 석상의 이가 수난을 겪는 것은 예부터 서울을 지키는 상징동물로 여겨져온 영물의 일부분을 손으로 만지거나 끓인 물을 마시면 무병장수하고 남자의 경우 승진길이 트이며 여자들은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 때문.
이는 옛날 우리 선조들이 액땜과 부정을 막기위해 호랑이 발톱모양 등을 노리개로 삼았던 풍습이 현대에 전승된 형태라는 것이 민족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낱 미신을 좇아 석상을 훼손하는 것은 실종된 시민의식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공공시설물을 서로 아끼는 마음이 아쉽다』고 말했다.<김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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