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컴퓨터토론」열기/PC통신 가입자들 주제놓고 의견교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A:선거해서 뭐 합니까. 그 얼굴이 그 얼굴이고 보나마나 또 ○○당이 될텐데. 아예 기대할게 없으니 투표를 포기하는게 합리적 선택이 아닐까요. 선거하는 날 친구들과 놀러갈까 합니다. 이번 대선에 관한 A씨의 의견이 (주)한국PC통신이 개설한 통신망인 「하이텔」을 통해 퍼스널컴퓨터 화면에 나가자마자 여기저기에서 반론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B:선거 포기는 죄악입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반드시 민주세력이 승리해야 합니다. 꼭 참여해 선거혁명을 이룩합시다.
C:패배주의적인 생각은 그만 둡시다. 이번 중립내각 구성과 노태우대통령 탈당으로 어느 정도의 공명성은 보장된 것 아닙니까.
대선이 두달 앞으로 다가오고 노 대통령·박태준씨의 민자당 탈당,신당 창당 등으로 정치권 내부가 숨가쁘게 움직이자 컴퓨터 동호인들 사이에 컴퓨터 통신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한 정치토론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PC통신의 「하이텔」,(주)데이콤이 개설한 「PC서브」 등 양대 컴퓨터 통신망에는 최근 하루에도 수백명씩의 가입자가 대선에 관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하이텔」의 경우 지난 3일 한 회원이 「다가오는 대통령선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의제를 발의한뒤 다른 가입자 30여명이 이 의제에 재청,정식의제로 채택되면서 지금까지 1백여명이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또 가입자들이 이달초부터 「중립내각구성에 대해 한마디」「박태준씨의 거취는」「당신을 민중대통령후보운동의 주인으로 초대합니다」 등의 토론주제를 내놓아 정식의제로의 채택을 대기중이다.
「PC서브」에도 「노 대통령의 탈당과 대선」「한국사회당이 창당된다면」「민자당의 관권선거에 대해 한마디」 등의 주제를 놓고 하루평균 1백여명이 열띤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PC통신」을 통한 이런 정치토론의 특징은 가입자 대부분이 대학생 등 청년층이어서 야당이나 재야성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가장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는 논쟁은 87년 대선때와 같이 「비판적 지지론」과 「민중후보론」사이의 공방전이다. 현재 「하이텔」「PC서브」가입자는 14만여명에 이르고 컴퓨터보급과 함께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어 PC통신 토론은 청년층의 여론 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이규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