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바닥 탈출 확인 주가 대세상승 이미 시동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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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 18면

시장의 판단은 옳았다. 그동안 급등하는 주가를 바라보면서 “경기도 안 좋은데 주식은 무슨 주식, 돈의 힘으로 반짝 오르다 주저앉겠지” 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경제의 펀더멘털은 미세하나마 좋아지고 있었고, 증시의 선도세력은 이런 변화를 감지해 과감하게 베팅했던 것이다. 언제나 사후적으로 보면 경기와 주가의 사이클은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답답한 것은 주가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데 비해, 경기 흐름은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지표로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주식투자는 경기 흐름을 놓고 벌이는 예측게임의 성격을 띠게 마련이고, 위험을 감수하며 앞서 뛰어든 사람들에게 고수익의 보상이 돌아가는 것이다.

지난주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ㆍ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일제히 경기 판단 자료를 내놓았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국내 경기가 바닥을 지나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바닥 시점이 언제였는지 적시하진 않았지만 여러 지표를 종합하면 대략 2월 또는 3월께였던 것 같다. 이는 국내 주가가 본격 상승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나라 밖 경기도 엇비슷한 흐름이다. 미국 경제는 지난 1분기 중 0.6% 성장세(연율 환산)를 바닥으로 2분기 들어 2%대 성장으로 복귀하고, 내년에는 3%대 성장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이런 소식이 전해진 지난주 후반 국내외 주가는 크게 출렁였다. 글로벌 경기 회복은 각국의 물가를 자극하고, 이는 긴축정책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에서다. 각국이 긴축을 위해 금리를 올리면 증시의 자금사정이 빡빡해질 것이라고 본 투자자들이 주식 매물을 쏟아냈다.

하긴 증시는 경기와 유동성이란 두 마리 말에 이끌려가는 쌍두마차에 비유되곤 한다. 그러나 둘 중 형님뻘은 역시 경기다. 제아무리 유동성이 좋아도 경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마차는 결국 멈추거나 뒤집힌다. 반면 유동성이 좀 빠듯해도 경기가 좋으면 마차는 꾸준히 내달린다. 호경기 자체가 유동성을 계속 생성해내기 때문이다.

이런 판단 때문인지 지난 주말 미국 증시는 다시 급등했다. 따지고 보면 말이 긴축이지, 연내에 금리인하 조치가 없을 것이란 아쉬움, 그리고 물가 불안이 현실화하면 내년 상반기께 한두 차례 금리가 오를 것이란 걱정 정도가 시장의 공감대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힘겹게 살아난 경기 회복의 불씨를 당분간은 애지중지 키워야 할 처지다.

경기가 이제 바닥을 벗어나 상승 흐름을 1∼2년 지속한다고 하면, 지금 증시는 대세 상승 사이클의 초입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주식을 갖고 있거나 펀드에 가입한 사람은 단기 시황에 흔들리지 말고 계속 보유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아직 시장 밖에 있는 사람은 주가가 출렁이는 지금이 싼값에 상승 마차에 올라탈 호기일 수 있다.

이번 주에는 미국과 중국이 5월 중 소비자물가지수를 발표한다. 주가 조정의 강도는
이들 지표에 좌우될 것이다. 물가에 별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조정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다시 조바심을 낼지 모른다.

시장의 조정 흐름을 틈타 그동안 소외당했던 IT주들의 반격도 예상된다. 그러나 굴뚝주들로부터 시세 주도권까지 빼앗기는 힘겨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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