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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회오리」 일단 주춤/민자,「박태준파문」 벗어날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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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관망파 “장래불투명” 신당행 망설여/민정계 중진 당 고수… 바람차단 주효/선거체제전환으로 위기탈출 모색
민자당에 불어닥친 탈당 회오리가 잦아드는 느낌이다.
박태준최고위원이 탈당할때만 해도 민정계가 와르르 무너져내려 당이 두동강날 것 같던 형국이더니 이자헌의원 등 5명의 탈당에서 일단 주춤한채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신당추진세력들은 5∼10명의 의원들이 민자당을 빠져나와 자신들과 합류하게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그렇게될 징후는 보이지 않고있다. 오히려 탈당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여겨지던 강재섭의원이 15일 잔류를 선언하고 난 뒤론 관망파 의원들의 동요가 눈에 띄게 가라앉는 추세다.
관망파 의원중 이긍규의원은 『탈당 예상자 명단에서 빼달라』고 말하고 있고,박명환·박범진의원은 『당에 있으면 잔류아니냐』고 말해 역시 잔류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민정계가 개인별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김영삼총재에 대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삭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은 신당의 장래가 불확실한데다 민자당 본류가 허둥대면 김대중씨만 좋은일 시켜준다는 공멸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물론 신당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보였던 박태준의원이 안개행보속에 주춤하고 있는 것도 분위기를 가라앉히는데 일조했고 이춘구·이한동·김윤환·박준병의원 등 민정계 실세중진들이 당고수로 중심을 잡은게 결정적으로 원심력을 차단하고 있다.
김 총재측은 신당추진세력들에게 쏠리는 부정적 여론에 힘을 얻어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 반동 수구세력의 잡동사니들』『앓던 이가 빠진 것 같다』 등 서서히 역공을 취할 기미를 보이는 한편 민정계가 제기한 김 총재의 문제점 개선책도 찾고 있다.
박태준의원이 신당쪽에 합류할 가능성을 아직은 완전 배제하지 못하지만 차츰 최악의 경우에 가더라도 극복못할 상대는 아니라는 식의 평가절하를 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박 의원 직계인 최재욱·강우혁·조영장·김인영의원 등은 아직 분명한 입장표명을 하지않고 있다.
김 총재측은 박 전최고위원의 신당합류 여부가 마지막 남은 불씨라고 보고 포항쪽을 향해 끊임없는 「문안」(김영구총장의 표현)을 보내고 있다.
박 전최고위원을 포함,모두 6명의 의원이 탈당함으로써 민자당의원수는 1백61명에서 1백55명으로 줄어들었다. 따라서 5명이상이 빠져나간다면 과반수 미달사태가 난다.
이 때문에 관망파의 추가탈당을 최대한 막는 한편으로 최근 국민당·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의원들의 영입을 고려하고 있다. 각당 탈당파 무소속의원중에는 민자당행을 희망하는 의원도 포함돼 있지만 이들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데는 자칫 타당을 자극해 공작정치 시비에 말려드는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이 위급해지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와 관련,원뿌리가 김 총재계보인 김찬우·박희부의원을 비롯,조윤형의원(이상 국민당 탈당)이 1차 영입대상자로 꼽힌다.
무소속으로 당선된 강창희의원이 신당행 포기를 선언한데 대해 매우 고무돼 있으며 역시 신당참여설이 나도는 임춘원·송천영의원(이상 민주당 탈당)쪽에도 손길을 뻗치고 있고 민주당 탈당을 저울질하는 박규식의원도 신당보다는 민자당쪽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김 총재는 강재섭의원이 잔류선언으로 1단계 수습은 끝난 것으로 보고 선대위 공식 발족 등 2단계 수습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당을 선거체제로 전환시켜 분위기를 일신하고 단합과 결속을 꾀해나간다는 전략이다.
여기서 김 총재의 최대 고민은 탈당파문 과정에 드러난 민정계의 불만을 어떻게 해소해 적극적 협력을 이끌어내느냐는 점이다. 박 전최고위원의 탈당에 대해 민정계 대부분은 심정적 공감을 표시했으며 반사적으로 김 총재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야당출신인 김 총재에게 당을 뺏겼다는 박탈감에서부터,이질감·소외감 등이 겹쳐 누적돼온 불만은 아직도 민정계인사들끼리 모이면 분개·비아냥·한숨으로 배어나오고 있다.
김 총재가 『당운영과 정책결정을 최대한 공론화하겠으며 대선기구가 발족되면 공조직을 활용하겠다』는 말로 「독선적 행태」에 대한 개선을 약속했지만 민정계측은 뭔가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행동화하자면 민주계측이 받을 상처가 깊어질 수 밖에 없어 고민이다. 민정계가 노태우대통령·박 전최고위원의 탈당으로 구심점을 잃은채 소계파로 갈려 화합을 이루지 못하는 대목도 한묶음의 수습을 어렵게 하고 있다. 선대위원장에 민정계인사를 임명하는게 가장 효과적 방안으로 꼽으면서도 어느 누구를 선뜻 지목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소계파간 알력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외부인사를 영입한다는 방침아래 정원식 전총리와 교섭중이다. 김 총재는 선대위원장에 누가 앉던 민정계 중진의원들을 공동 부위원장으로 전면에 포진시켜 민정계 주도아래 선거를 치르겠다는 구상이다.<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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