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타자 교체시기 읽기 "고단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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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야구에서 객관적인 전력이 상대에 비해 열세임에도 불구, 승리를 따낼 때 감독의 역량은 더욱 돋보인다.
무명선수들을 기용, 그들의 투지를 발판 삼아 뜰똘 뭉친 팀웍을 엮어내 승리와 연결시키는 용병술로 롯데를 정상으로 끌어올린 강병철(46)감독은 덕장이란 표현이 어울린다.
선수 기용에 있어 심리를 절묘하게 이용한 대타 기용·투수 교체 등 강 감독의 용병술은 국내 감독 중 단연 압권이다.
특히 강 감독의 투수운영은 완투를 원칙으로 하고 중간 상황에 따라 교체하며 보통 3∼4일간의 휴식을 철저치 지켜 투수들이 상대적으로 부담감을 줄이고 적절치 휴식을 취하게 한다.
또 이번 시리즈에서 맹활약한 조성옥을 비롯, 이종운·한영준 등을 국내 프로야구 최고의 대타로 키워 승부처에선 반드시 「한방」을 유도, 승부를 뒤집거나 굳히는 매서운 야구를 보였다.
84년 역시 약체의 롯데를 정상에 올린 강 감독은 지난해 롯데에 복귀하자마자 3년내 우승을 장담했었다.
강 감독은 사령탑에 오르자마자 대수술을 시작, 만년 하위팀이라는 선수들의 패배의식과 나태함을 도려내고 근성 있는 팀으로 순식간에 바꾸는데 성공, 지난해 페넌트레이스에서 4위에 오르며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강 감독은 투지가 있는 선수는 실력이 모자라도 주전으로 기용, 팀 분위기 상승을 유도했다.
올해 빅3(윤학길·박동희·염종석)의 어깨와 함께 3위를 마크한 롯데가 여세를 몰아 8년만에 또다시 축배를 들게된 배경은 바로 강 감독의 뚝심·용병술에 의한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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