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하반기엔 올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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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성태(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올 하반기 콜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8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에는 부동산 가격에 관심이 있었는데 올해는 빠른 유동성 증가 속도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높은 유동성 수준이 오랫동안 계속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단기적으로는 (높은 유동성 증가율이) 자산가격 쪽에 과도한 상승을 유발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유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콜금리를 인상할 경우 실물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실물경제는 성장률만이 아니라 물가도 있고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측면도 포함돼 있다"며 "현 상황에서 (실물경제에) 금리인상이 좋은지 아니면 인하가 좋은지를 판단하는 것이지 성장률 차원에서만 영향을 판단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시중 유동성의 증가세가 계속될 경우 콜금리 목표치를 상향 조정해 유동성 환수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과도한 유동성 증가세를 방치할 경우 실물경제의 균형과 안정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총재는 현재의 경기 상황에 대해 "경기상승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지난 2~3개월 동안 경제 움직임은 애초 한은이 전망한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통화위원회도 8일 '통화정책 방향' 발표문을 통해 "수출이 높은 신장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꾸준히 늘고 민간소비도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실물경제를 진단했다. 금통위는 이날 콜금리를 현 수준(연 4.50%)으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콜금리는 지난해 8월 0.25%포인트 인상된 뒤 10개월 연속 동결됐다.

콜금리가 오른다면 그 시기는 8~9월 이후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금통위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2분기 들어 경기 움직임이 기대보다 강하다는 점을 피력한 것"이라며 "이는 금리인상을 해도 될 만한 경기여건이 점차 충족돼 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금통위의 금리인상 시사가 그리 강하지 않기 때문에 7월보다는 8월이나 9월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 총재의 콜금리 인상 시사 발언으로 채권 금리가 크게 올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9%포인트 상승한 연 5.34%로 마쳐 17개월래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또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0.07%포인트 오른 연 5.28%로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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