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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체제 허점 보완 시급” 결론/검찰 대공수사 전면나선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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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간첩단사건 새 사실추적 실체규명 착수
검찰이 대공수사 강화를 위한 긴급대책을 마련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현재의 수사체제에 심각한 허점이 있다는 자체진단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검찰은 최근 「남한 조선노동당」 간첩단사건의 김낙중·황인오 등의 상부선으로 밝혀진 이선실 등 북한 공작원 10여명이 국내에서 장기간 암약하고 황이 3백여명의 조직원을 포섭,각종단체에 광범위하게 침투시켜 왔으나 안기부·기무사·검찰·경찰 등 공안수사기관은 정후·단서를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처럼 대공수사활동이 침체된 이유를 『공안사건은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조작사건』이라는 국민들의 불신 및 대공의식 해이,수사요원들의 전반적인 사기침체에서 찾고 있다.
이와 함께 법정구속기간의 제한,피의자들의 자해·단식·묵비권행사 등 이른바 「신문투쟁」 때문에 일선수사 기관이 사건전모 파악에 애로를 겪는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일선수사기관이 조사해 넘긴 사건을 공소유지 차원에서 마무리해온 지금까지의 수사관행을 전면 수술키로 한 것이다.
검찰은 당장 남한 조선노동당 간첩사건에서부터 새로운 범죄사실의 발견과 증거수집에 나서고 배후·실체를 본격적으로 파헤치는 새로운 수사체제를 가동시키기로 했다.
이는 이제까지 검찰이 안기부·기무사 등 일선수사기관에 대공수사를 맡기다시피하고 사후관리수준의 소극적 자세로 일관해온 것과는 달리 이들 수사기관의 조사를 기초수사 또는 단서정도로 간주하고 수사전면에 나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이와 함께 일선수사기관에 대한 지휘를 강화,북한 공작조직의 접근 가능성이 높은 노동상담소·위장취업자에 대한 일제 점검·단속을 실시하고 좌익유인물을 정밀분석해 북한 공작조직과의 연계여부를 추적하고 활동근거지를 색출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단파라디오 등 송수신장비·무기·컴퓨터 등 공작활동 매개체의 제작·판매루트에 대한 집중점검활동도 펴기로 했다.
검찰은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과 관련,중부지역당 이외에 아직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산하조직의 규명·조직원 검거를 위한 특별대책을 수립키로 하는 한편 일선수사기관의 주요 수배자 검거활동을 독려키로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검찰의 이같은 긴급대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안기부 등 일선 공안수사기관이 국내정치분야 등에 개입함으로써 대공수사기능을 스스로 약화시켜온 잘못된 관행부터 시정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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