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위로 떠오르는 신당세력/박태준의원 탈당계기 급속가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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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TJ,복안대로 결별수순 밟아/“반양김세력 결집” 한계론 대두
박태준민자당최고위원의 탈당과 함께 정가에서는 「반양김 보수대연합전선구축」의 움직임이 급속히 세력화하고 있다.
양김씨에 의해 소외된 정치세력과 보수 기득권층,새정치를 모색하는 부류들은 노태우대통령의 민자당 탈당을 반양김 세력결집을 위한 기회로 간주,물밑에서 분주히 꾸며왔었다.
이같은 시나리오는 당초 민자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직후부터 조심스럽게 새어나오기 시작했는데 노태우대통령의 9·18선언 실천과 함께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어 정계에 적지않은 파문을 던지고 있다.
반양김 연합전선을 모색해온 세력은 박태준최고위원과 정주영국민당대표,무소속의 정호용·이종찬의원과 김동길국민당최고위원,민자당의 박철언·김용환·이자헌·장경우의원 등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들 세력들은 서로 얽혀 의사를 타진하는 정도의 각개약진의 모색단계였으나 박태준최고위원 탈당에 따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움직일 전망이다.
이들의 구상이 실행에 옮겨지면 김영삼민자당총재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게 분명하며 경우에 따라선 김대중민주당대표도 다소간 위협을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최고위원측은 이런 물밑구상에 따라 내각제개헌의 대선공약을 요구했던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 총재가 이를 결코 수락할 수 없을 것임을 분명히 꿰뚫고 있는 박 위원측이 이를 탈당의 명분으로 삼기 위해 고도의 책략으로 활용했다는 분석이다. 박 위원의 일부 측근은 이를 굳이 부인하려 들지 않을뿐만 아니라 3단계 탈당전략까지 제시했다.
탈당수순 3단계 전략은 ▲1단계로 이번 주초 채문식·윤길중고문 등의 탈당으로 분위기를 잡은뒤 ▲2단계로 박 위원이 공식탈당하고 ▲이어 3단계로 박철언·김용환·이자헌·장경우의원 등이 탈당해 민정계의 동요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중 1단계와 2단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박 위원은 9·18선언이후 정주영·박철언·정호용씨와 김우중대우그룹회장 등을 연쇄접촉했으며 강영훈 전 총리,김준엽 전 고려대총장에게 사람을 보내 대선입후보의사를 타진했다는 후문이다.
또 국민당의 김동길최고위원이 이종찬의원과,양순직최고위원이 정호용의원과,정주영대표가 박철언의원과 접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당내에선 정 대표를 사퇴시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으나 정 대표는 반김전선의 대표주자로 자신을 고집하고 있다. 민주당내에도 이 움직임에 동조하는 S·P·K의원 등이 있으며 모최고위원도 제휴 가능성이 있다는 설도 있다.
여기에 연희동주변세력과 김우중대우그룹회장의 동태도 이상한 낌세를 보였다.
물론 전두환 전 대통령 자신은 이번 선거에 엄정 중립자세를 견지한다는 확고한 방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장세동 전 안기부장과 허문도 전 문공장관 등 일부세력이 동조움직임을 보인다는 얘기다.
김우중회장은 신당움직임에 매우 적극 동조하고 있다는 관측이 높아가고 있다. 김용환의원에게 힐튼호텔에 사무실을 내주고 최근 1천5백명에 달하는 엘리트 임직원들을 1년 조건부로 지방판매조직 근무를 내보냈다. 이들을 판매사원으로 쓴다고 보기에는 지나치다는 것이 대우관계자의 얘기다.
김 회장은 최근 『사업을 안하는 한이 있더라도 발벗고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앙숙관계인 정주영회장과의 관계개선도 모색한다는 말이 있다.
양김에 원한을 품고 있는 이철승·이민우씨 등 구 야권 원로들도 취지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세력들을 묶을 접착제 노릇을 할 수 있는 인물이 있느냐 하는 것과 반양김 연합전선에 대해 노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이들을 묶기위해 김우중회장이 막후에서 뛰었는데 이제 박 위원이 전면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재계에서 후원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노 대통령이 이 움직임에 동조하고 있다는 기색은 없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이들이 범보수 결집형태로 대세를 만들어낸다면 그 등을 탈 가능성이 있을 것같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것의 성공여부가 불투명해 자칫 김영삼총재의 반격을 받을 수 있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추진세력은 무력감에 빠져있는 보수세력의 활로로 내각제와 중선거구제를 제시,한데 뭉치게해서 양김에 식상과 불만을 느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세력을 끌어들인다는 구상이다. 이들은 자금과 조직을 가진 정 대표의 국민당과 통합하는 것만이 양김세력의 폭발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보고 2단계전략을 짜고 있다고 한다.
우선 김우중회장 등의 후원을 받아 박 위원 중심의 신당창당 또는 세력화후 정 대표와 담판한다는 구상이다.
박 위원 등은 정 대표에게 합당조건으로 제3의 후보추대를 타진하고 정 대표가 거부하면 정 대표를 후보로 밀되 대통령임기를 2년으로 한정,그후 내각제개헌 추진을 선거공약으로 조건화하는 협상을 한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이 경우 정 대표가 안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 관측이다. 이렇게 되면 내각제 거부정서는 반양김 정서에 가려져 한층 대세를 얻게되고 결과적으로 「노심」도 기울 것이며 민자당도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이다.
정주영·박태준결합이 실패해도 김영삼씨에게는 결정적 타격을 줘 김대중씨의 대통령당선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그러나 이 신당추진은 근본적으로 한계를 갖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구여권과 구야권 정치인들,현대·대우 등 재벌그룹,민정계의원과 전직 각료 등 기본골격이 3공이래 6공까지 기득권을 누려온 「언제나 이문만 보는」 보수세력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반양김」이란 공동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역대 정권하에서 양김탄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약점이 있다. 내각제 주장도 지역감정 완화측면에선 이해가 가면서도 기본적으로 권력 분점 내지 장기집권 의도라는 의혹을 벗기 힘들다는 것이다.
더구나 김 총재가 반격을 시작하면 이들의 명분도 크게 훼손,엄청난 소용돌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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