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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읽기 들어간 「박최고 거취」/김영삼­박태준 팽팽한 줄다리기 안팎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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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내각제 대선공약 계속 요구 TJ/지금은 선거에 최선 다할때 YS
박태준최고위원의 선대위원장직 고사로 내부진통을 겪고있는 민자당은 당직자 및 중진의원들이 포항과 상도동을 오가며 막바지 절충노력을 벌이는 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양측간 감정의 골이 좀체 좁혀지지 않고 있다.
○…김영삼총재는 8일 밤 상도동 자택에서 박 위원을 만나고 귀경한 김영구사무총장과 황인성정책위의장으로부터 40여분간,서청원의원으로부터 30분간씩 각각 보고 받았다.
김 총장 9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박 위원이 오늘 광양으로 갔다가 저녁에 상경,10일 또는 11일께 김 총재와 만날 것』이라고 말했으나 박 위원은 이날 상경하지 않을 예정이어서 내홍의 심각성을 반영.
김 총장은 『내각제는 박 최고위원의 평소 소신이며 가능한한 대선공약으로 내걸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박 위원의 요구사항을 최초로 공식 언급.
김 총재는 8일 김 총장 등을 통해 박 위원에게 『내각제는 나도 바라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대선을 눈앞에 두고 있어 민주·국민당이 장기집권음모라고 치고나올게 분명하다』며 『지금은 대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며 대선이 끝나면 모든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함축적 내용을 전달했다는 후문.
김 총장도 김 총재와 박 위원의 타협여지에 대해 『대선후 국민여론과 야당에서 내각제개헌과 선거제도 개혁문제가 제기되면 그때가서 검토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해 그런 메시지가 전달됐음을 뒷받침.
김 총장 등은 또 ▲당내민주화 및 당운영 방식 개선 ▲선대위원장으로서의 재량권 최대부여 등의 의사를 전달했다는 것.
박 위원은 이에 대해 『대통령선거는 이번이 마지막 선거가 돼야한다』며 『언제까지나 지역갈등을 방치하는 것은 경제·사회적으로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대선후 검토」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재측은 내각제 개헌을 대선공약으로 내걸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내각제 개헌을 둘러싸고 박 위원과 막후거래가 있는 것으로 보일 경우 역시 민주당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몹시 경계.
이 때문에 김 총재는 서 의원을 다시 박 위원에게 내려보내려던 계획을 취소시켰다.
○…박태준최고위원은 김 총재측의 총력적 설득작업에도 심경과 입장에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박 위원은 8일 오후 김영구·황인성씨 등 공식사절에게 『그동안 민정계가 잘했으면 일이 이렇게까지 됐겠느냐』는 취지로 강도높게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이날밤 이춘구·이한동·박준병의원 등 「민정계위로 설득사절」과 술잔을 기울였다.
그와 마난 이들 의원들은 『박 위원은 아무런 변화가 없더라』『그가 자기의견을 YS쪽에 얘기했으니 이제는 저쪽(YS)에서 받아야되지 않겠느냐는 심경이더라』고 전했다.
박 위원 주변은 지금 서 의원이 가지고 왔던 「YS제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한 의원은 『특별한 절충안이 나온 것 같지는 않고 YS측에서 「서울서 다시한번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보자」고 하지 않았겠느냐』고 분석했다.
박 위원은 적어도 YS가 「임기중 내각제개헌」을 공약으로 약속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은 9일 오전 최재욱비서실장·조용경보좌역 등과 함께 상황을 점검하고 「주말문제」를 협의한뒤 광양제철소로 옮겼으며 주말께에는 서울로 올라와 YS와 「마지막 담판」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자협상이 결단나면 박 위원은 우선 탈당해서 독자노선을 시작할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그는 포항에 있지만 서울에선 이종찬·정호용·박철언의원 등 신당추진세력과 민자·민주·국민당내 반김그룹들이 그의 합류에 대비해 한창 판을 짜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김두우·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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