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충전소·버스 차고지 반대하는 평창동 주민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잘 걷기 위해서는 환경이 좋아야 한다. 특히 공기가 깨끗해야 시민들이 열심히 걸어 건강을 유지하고 향상시킬 수 있다. 서울시는 '걷기 좋은 맑은 서울'을 만들기 서울시내 버스를 CNG(압축천연가스) 를 사용하는 친환경 버스로 교체하고, CNG 충전소를 시내 곳곳에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이 "우리 동네에 CNG 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은 안 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서울시와 뜨거운 공방을 벌이고 있다.

현재 서울시와 주민 간의 대립이 가장 첨예한 곳은 평창동이다. 충전소 건립이 주민 반대로 반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서울시가 최근 시 청사 안에 충전소를 건립한 것도 평창동 주민의 반대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이다. CNG 충전소 설치를 놓고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는 서울시와 평창동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가스 충전소 NO!, 버스차고지 NO!'

6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한 주택가.

주변에는 CNG 충전소 설치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 10여 개가 어지러이 걸려있다.

주택가 한가운데에 2000여 평의 공터가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이곳에 버스 공영주차장과 천연가스충전소 등을 짓기 위해 땅을 샀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발에 부닥쳐 6개월이 지나도록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평창동 주민들은 지난해 12월 오세훈 서울시장을 면담하고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수백여 명이 모여 반대집회도 10차례 이상 열렸다. 김덕배(75) 비상대책위원회 회장은 6일 "친환경 주택지를 만든다는 이유로 건물 증개축도 못하게 묶어놓았던 우리 동네에 인제 와서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가스 충전소를 짓겠다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서울시 관용버스 운전기사가 서울시청별관에 마련된 충전소에서 CNG를 넣고있다. 사진=양영석인턴기자

◆"유.무해성 입증 안 됐다" = 주민들은 버스 차고지와 CNG 충전소가 들어설 경우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는 주민들에게 천연가스 차량은 매연이 거의 없고, 질소산화물 등 환경오염 물질도 적다고 설명하지만 주민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김 회장은 "유해.무해 여부는 시에서 일방적으로 하는 말일 뿐 발암물질이 있는지 주민들이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CNG 충전소가 설치되면 하루 130여 대의 버스가 이곳에서 가스를 채운다는데 버스가 내뿜는 매연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충전소 위치도 문제" = 이 지역 시.구의원들도 반대의사를 밝혔다. 서울시의회 남재경(46)의원은 이날 "현행 법상 공영주차장과 가스충전소 등은 상업지역과 준공업지역에만 들어설 수 있다"며 "일반 주거지역인 이곳을 용도변경까지 해 충전소를 지으려는 서울시의 의도에 어떻게 공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시는 평창동 일부 지역을 상업지역 또는 준공업지역으로 용도 변경을 할 예정이다.

종로구의회 안재홍 의원도 "충전소 예정 부지는 평창동 주택가 한복판이어서 가스충전소 설치 규정에 따라 주택가와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규정에도 저촉된다"고 주장했다. 이 지역 주민 김모(56.여)씨는 "충전소가 생기면 집 바로 옆으로 버스가 드나들어 교통사고도 많아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낙후지역 소외감도 걸림돌 = 남 의원은 "평창동은 환경보전이라는 미명 아래 수십 년간 집의 증개축도 못하게 해온 곳"이라며 "주민들은 재산권 행사도 제대로 못하며 살았는데 시가 일방적으로 공해시설을 짓는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청회 등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절차가 부족했던 점에 대한 불만도 높다.

일부 주민들은 이 사업이 특정 버스업체에 편의를 주기 위한 것이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서울시 측은 "특혜의혹 등은 말도 안 된다"며 "주민들에게 CNG 충전소의 장점을 적극 알리고 설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수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