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쌀 맥주' 국세청이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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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5일 오후 4시 서울 아현동 국세청 기술연구소에선 이색 시음회가 열렸다. 세계 최초로 쌀 맥주가 선보였기 때문이다. 한상률 국세청 차장과 전통술 관련 단체장 등 50여 명이 쌀 맥주를 한 모금씩 마셨다. 이를 지켜보는 김형식(52) 국세청기술연구소 분석과장의 얼굴은 유독 굳어 있었다. 입가에 미소가 번진 것은 잠시 후. 참석자들이 시음 후 "맛이 좋다"는 말을 연발하면서였다.

세계 최초로 쌀 맥주를 개발한 김 과장은 "보리 대신 쌀을 발효시켜 만든 맥주로 쌀 특유의 담백함이 살아 있고 일반 맥주보다 쓴맛이 적은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알코올 도수는 4.5도와 5도 두 종류며 최근 특허 등록도 마쳤다.

쌀 맥주 개발에는 김 과장의 전문성과 노력이 한몫했다. 중앙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국세청기술연구소에 입사한 그는 1979년부터 28년간 한 우물을 팠다. 그동안 개발한 술만 키위주, 호박 와인 등 수십여 종. 그중 15종이 특허 등록됐고 2종은 특허 출원 중이다. 이 연구소가 특허 등록한 술 36종 중 절반가량을 그가 개발한 셈이다.

그가 쌀 맥주를 개발하기로 한 것은 2년 전. 직접 맥주를 만들어 파는 하우스 맥주 전문점이 서울에만 200여 개에 달할 때였다. 그는 보리 대신 남아도는 쌀로 맥주를 만들 수 없을까 궁리했다. 그러나 실험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쌀은 생각만큼 발효가 잘 되지 않았다. 온도와 습도를 이리저리 바꿔보고, 끝없는 실험을 통해 마침내 쌀 맥주는 2년여 만에 빛을 보게 됐다.

김창규 기자

◆국세청기술연구소=대한제국 시절인 1909년 '양조시험소'로 출발한 국세청 산하기관. 당시 구한국 정부는 조세법을 제정하면서 술에 간접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시 민간의 양조기술이 열악해 세금 수입이 적을 것을 우려한 정부는 직접 기술을 개발해 민간에게 전수하기 위해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현재는 주로 전통술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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