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의 관심은 개인을 넘어 이미 국가와 세계의 미래로 향했다. 대학 새내기 홍진의(군산간호대)군은 "'미래의 부는 아시아, 중국으로 이동한다'고 하셨는데 한국 청소년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느냐"고 질문했다. 정혜진(진명여고3)양은 "박사님은 한반도의 미래를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하셨다"며 통일 가능성과 시기를 묻기도 했다. 질문 시간에 손을 치켜든 학생들은 앞다퉈 '21세기에도 민족주의가 역할을 할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한국에 정말 득이 되나' 등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물음도 던졌다.
재치도 있었다. 토플러가 미래 유망 직업에 대한 견해를 들려주던 대목에서 류장한(야탑고3)군은 "(당신이라면) 100억원을 주면서 최고경영자(CEO)를 맡으라고 하면 어떤 분야를 선택하겠느냐"고 대뜸 물었다. 예상 못한 질문에 잠시 말문이 막혔던 79세의 노학자는 "(내가) 미래학자이긴 해도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가 각광받을지 정확히 맞히기는 어렵다"며 웃었다.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좌중을 놀라게 한 학생도 있었다. 사회를 본 허영조(대원외고2)군은 통역 없이 "대학 졸업 뒤 공장 노동자로 일했던 체험이 미래학자로서 어떤 영향을 주었나"라고 토플러의 삶에 관심을 표했다. 허군은 평소 원문으로 '제3의 물결' '부의 미래'를 읽었다고 한다.
4일 서울 오륜동 보성고등학교에서 열린 앨빈 토플러 초청 간담회에서 학생들이 강연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토플러도 우리 10대들과의 대화가 즐거웠는지 예정보다 많은 질문을 받았다. 행사 말미에 그는 "정보기술(IT)에 익숙한 한국 청소년들이 (세계의)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2시간 동안 세계적인 학자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당찬 대화를 이어가는 청소년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천인성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