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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훈수' 닮아가는 노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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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권 재창출을 향한 노무현 대통령의 집념이 커지고 있다.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참평포럼)의 노 대통령 발언엔 정권 재창출에 대한 의욕과 구상이 배어 있다. 2007년 대선을 보는 그의 시각은 '대의론'→'대세론'→'대권론'으로 변화했다. 노 대통령은 올 초까지만 해도 대선을 대비해 열린우리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점을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전국 정당'의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자신의 '대의'를 다듬었다.

그의 주변에서 "노 대통령은 '꼭 재집권해야 하느냐. 야당 좀 하면 어떠냐'는 자세로 자기 원칙과 대의를 중시한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 시기였다.

5월 중순으로 접어들며 그의 대의론은 '대세론'으로 옮겨갔다. 이상론에서 현실론으로 바뀐 것이다.

그는 19일 광주 무등산 등반 때 "대의도 중요하지만 대세를 거역할 수 없다"며 열린우리당 해체를 받아들였다. 범여권 대통합론을 수용한 것이다.

'대권론'의 결정판은 6월 2일의 참여정부 평가포럼 특강이었다. 대권에 대한 집착이 드러났다. 한나라당과 반한나라당의 1대1 구도를 만들어 범여권 지지세를 총결집하면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는 대권론이 그의 특강에 깔려 있었다. 그는 1대1 구도로 가기 위한 과정으로 후보단일화론을 얘기했다.

후보단일화 대선 접근법은 1997년의 DJP 연대, 2002년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의 2007년 개정판이다.

노 대통령의 생각은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훈수 정치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 DJ는 최근 여야 1대1 대결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누군가 한 사람이 나타나 사생결단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친노(親盧) 주자인 열린우리당의 이해찬 전 총리 등을 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DJ의 영향력 아래 있는 '통합민주당'과 그 주변에선 손학규 이름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결국 노 대통령과 DJ는 같은 대선 전략 위에서 2002년처럼 막바지에 이해찬.손학규 등 범여권 주자들의 후보단일화 드라마를 연출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노 대통령은 최근 이광재.안희정씨 등 핵심 참모들과 비공개 면담을 하며 '대권론=정권 재창출론'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에 집념을 키우면서 선거법 위반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대선판은 거칠고 험악해지고 있다. 참평포럼의 '4시간 원맨쇼'가 노 대통령의 대권 집착을 압축해 보여준 것이란 비난도 확산되고 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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