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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보­혁간 권력암투 가열/「당대회」앞두고 곳곳서 불협화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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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제위기론 들먹이며 개방정책 비난 보수파/종교지도자들 침묵깨고 등노선 지지 개혁파
내달 12일 개최되는 제14기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14전)를 앞두고 중국지도부내 개혁·보수파간 권력암투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14전을 겨냥,금년 봄부터 갈등양상을 표출해온 양진영의 대립은 최근들어 정치·경제·군사·종교 등 사회 각 분야로 확산돼 곳곳에서 마찰음을 내고 있다.
중국경제에 대한 진단문제로 공개적인 맞대결을 시작한 보혁갈등은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최근 최고실력자 덩샤오핑(등소평)의 개혁개방정책을 비난하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한데 이어,중국 군부내 보수파들이 개혁정책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등 전례없는 조직적인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개혁파의 위세에 눌려있던 보수파가 당대회를 앞두고 개혁파에 대한 일대 반격을 시작,양파간 치열한 권력암투가 전개되고 있는 증좌로 풀이되고 있다.
중국관영 경제소식지는 최근 사설에서 현재의 중국경제를 『우려할 만한 위기국면의 전조』라고 진단,획기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89년 천안문사태와 같은 엄청난 정치적 소요가 뒤따를 것이라고 개혁개방정책에 대해 공개적인 경고를 발하고 나섰다.
보수파들은 중국경제가 올 상반기 12%라는 고도성장을 기록했다고 하지만 경제발전의 근간이면서도 열악한 수준을 맴돌고 있는 교통·통신·에너지 등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감소된 반면 고정자본투자와 국내소비가 급증한 사실을 지적,이는 일시적인 경기과열현상이라는 비판적 진단을 내리고 있다. 때문에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경우 머지않아 천안문사태 직전처럼 연 30%에 달하는 초인플레 재연 등 각종 부작용이 필연적으로 수반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같은 부작용은 인민들의 실생활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초래,누적된 불만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이 됨으로써 정치적 소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보수파들은 또 인민일보를 통해 『일부 세력이 정부의 개혁가속화 움직임을 이용해 완전한 서구화를 추구하고 있다』『천안문사태와 같은 정치적 혼란을 피하려면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개혁파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이들은 군현대화 조치의 일환으로 인민해방군 70만추가감군,현행 7군구제 축소개편 등 개혁파가 추진하고 있는 대대적 감군조치에 불만을 품고 있는 군부를 움직여 자신들의 입지강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수파의 공세가 본격화되자 개혁파도 강공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국가통계국을 비롯한 정부기관들은 『최근 경제성장은 89년 경기과열이후 3년간 취해온 「치리정돈」(긴축정책)후 나타나는 회복성 성장』이라며 보수파의 경기과열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여기에 기독교·불교·천주교 등 침묵을 지켜왔던 종교계 지도자들이 최근 일련의 회동을 통해 보수파들을 강력 비난하는 한편,등의 개혁노선에 대한 전폭지지를 다짐하고 나섰다. 그동안 개혁정책을 옹호해온 해방일보와 북경일보 등도 최근호에서 언론자유 보장을 위한 언론법 제정을 촉구하는 논평을 실어 보수회귀를 노리고 있는 세력에 반격을 가하고 있다.
개혁개방의 가속화가 시작된 지난 1월 등의 남순강화이후 한동안 관망자세에 있던 보수파가 개혁파에 대한 공개적 맞대결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14전에서 채택될 앞으로의 당노선과 당정지도부에 대한 개편결과에 따라 자파의 정치적 위상과 세력분포가 결정적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년 88세의 등은 지난 7월 중순부터 8월 하순까지 하계휴양지 북대하에 머무르면서 14전에서 채택할 당정지도부 개편구상을 매듭지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개혁·보수파의 균형유지를 철칙으로 삼아 어느 한쪽이 결정적으로 우세해지는 것을 허용치 않았다. 이는 최고실력자로서의 입지를 보전하는 등소평특유의 권력관리 방식으로 평가돼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자신의 나이를 감안할때 5년마다 열리는 당전국대표대회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을 등 스스로 깊이 인식하고 있으며 바로 이 점이 보혁간 투쟁을 심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등소평 사후에도 「등소평없는 등소평시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개혁개방정책을 흔들림없이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진용을 짜야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등은 이번 만큼은 과거처럼 조정자에 머무르지 않고 개혁파중심의 당정개편을 단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말로 예정된 14전이 10월 중순으로 앞당겨진 것도 상태가 별로 좋지않은 등의 건강을 감안,개혁파중심의 강력한 후계체제 구축을 차질없이 시행하려는 개혁파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이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눈앞에 다가온 14전을 겨냥한 중국지도부의 보혁간 권력암투가 어떤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갈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있다.<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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