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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플러, 한국을 이끌어갈 미래의 주역을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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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변화가 너무 빨라 미래를 예측할 수 없지만 그래도 자신의 미래를 상상해야 해요. 10년 후 어떤 모습일까 하고 말이죠. 나와 하이디는 어떻게 했냐구요? '읽는 기계' 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독서를 많이 했죠."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79)가 3일 오후 서울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한국 청소년 150여명과 만났다. 60년을 뛰어넘는 세대간의 만남이었지만 '변화'라는 인식을 공유하며 2시간이 짧게 느껴질 만큼 열띤 대화를 주고 받았다.

"오늘 이렇게 마주앉아 이야기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에요. 여러 책들이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박사님의 넓은 혜안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김수빈.서울 중앙여고3) "박사님 말씀 듣고 결심했습니다. 앞으로 인생을 사는데 최선을 다하고 절대 쓰러지지 않는 사람이 되겠습니다."(허영조.대원외고 2) 토플러와의 설레는 만남을 끝낸 학생들의 표정에서 굳은 용기와 결의를 읽을 수 있었다. 다음은 토플러와 학생들과의 일문일답.

-10대를 어떻게 보냈나.

"부모님과 조부모, 숙부와 숙모 모두 같이 살았다. 각 세대별로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보는 시각이 다양해 의식이 풍부한 유년기 보냈다. 일곱살 때 난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 부모님은 파리와 같은 곳에서 조그만 아파트에 살며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시인이였던 숙모는 달랐다. 숙모는 내가 14살 때 유의어(類義語.비슷한 말)사전을 한 권 줬다. 그것이 내게 많은 도움이 됐다."

-부인 하이디 박사와 데이트하는 것이 공부에 방해되지는 않았나.

"나는 관례나 구습을 싫어했다. 대학을 다닐 때 독서하면서 서클 활동까지 하느라 졸업 학점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졸업식 가운을 입는 것은 내겐 의미가 없었다. 그런데 하이디는 부모님이 열심히 일해서 학비를 댔는데 이런 아들의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며 나머지 학점을 이수해서 졸업하라고 했다. 하이디는 참 똑똑했다."

-하이디 박사와의 논쟁은

"아내도 역시 책을 썼지만 나만큼은 흥미가 없는듯 하다. 우리는 무엇을 쓸까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는다. 올해로 결혼 57주년이지만 여전히 끔찍히 사랑한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끊임없이 논의를 했기 때문이다. 서로 거짓말을 하지 않고 항상 진실만 말하려고 노력한다. 또 논의는 5분을 안 넘기고 그 자체를 즐기려 한다. 책은 하이디와 내가 함께 노력한 결과다."

-뉴욕대 졸업 후 왜 공장에서 근무했었나.

"난 급진주의 운동을 하는 학생이었다. 졸업 후 노조의 조직화를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현실 세계를 그곳에서 배우게 됐다. 난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하이디는 항공기 공장에서 일했다. 그런데 공장에서 반복적으로 일하는 것이 마치 기계의 한 부속품 같았다. 인간에게 좋은 직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변화의 속도를 어떻게 맞춰야 하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져간다. 우리는 현재를 보고 미래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 미래를 확신할 순 없다. 그래도 최대한 미래를 상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많은 양의 독서를 통해 가능한 일이다. 나와 하이디는 '읽는 기계'다. 관심 분야의 정보는 폭넓게 바라봐야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변화를 어떻게 볼 수 있나.

"하이디와 책을 쓸 때나 신문에 기고할 칼럼을 쓸 때 10년 후에도 이 내용이 말이 될 것인가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여러분이 특정한 직업을 위해 준비한다면 10년 후에도 비슷할 것인가, 새로운 기술을 필요로 할 것인가, 분야가 바뀔 것인가 생각해보라. 이런 습관은 매우 중요하다. 세계가 가만히 있고 여러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여러 변화가 닥쳐와도 그것을 밀어붙일 용기가 필요하다."

-제3의 직업이란 무엇인가.

"사무실에서 일을 한 후 월급을 받는 것이 공식적인 제1 직업이다. 집안일을 하는 것이 제2 직업이다. 과거에 다른 사람이 해준 일을 내가 하는 것이 제3의 직업이다. 바로 프로슈밍(Prosuming=Producing+Consuming)이다. 이것은 미래의 새로운 부(富)가 될 것이고 화폐가 될 것이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현재의 학교 교육은 과거처럼 잘 살기 위한 지식 전달에 그치고 있다. 누구나 같은 나이에 학교를 가야 하고 비슷한 단계를 거쳐 반복적인 암기 학습을 한다. 공장이나 다름없다. 학생은 공장의 근로자와 같은 삶을 산다. 다양성이 기반이 된 새로운 교육 시스템에 대한 실험이 필요하다."

-한국의 미래의 전망은.

"외국인으로서 볼 때 한국은 '빨리빨리'(한국어로)라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기업이나 신기술에서 신속한 변화를 위한 '빨리빨리'는 유용한 경쟁력이 된다. 속도와 시간이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임을 잊으면 안된다."

토플러는 한국 청소년과의 짧지만 의미있는 만남이 즐거운 것 같았다. 대화 도중 다소 엉뚱한 질문이 나올 땐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지만, 학생들의 질문을 놓칠세라 귀를 기울였다. "미래의 성장 동력은 여러분"이라는 말로 대화를 끝맺은 토플러는 "상자 밖에서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라. 새로운 시각은 항상 추측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조언했다.

글=이지은 기자, 동영상=차병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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