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 "2004년엔 혹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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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코스닥 시장이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바닥 수준이고, 거래도 크게 줄면서 활력을 잃고 있다.

올 2분기 이후 주요 국가의 증시가 상승세를 타고 있고, 국내에서도 거래소의 종합주가지수가 올해 28%나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한 증권사 분석가는 "올해 코스닥의 성과를 성적으로 매긴다면 D학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살아나기 위해선 등록기업의 수를 현재의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극단적 처방까지 내놓을 정도다.

◇추락하는 코스닥=코스닥의 부진은 각종 지표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코스닥지수는 23일 43.55로 지난해 말의 44.36보다 1.8% 하락했다. 거래대금도 이달 들어 22일까지 하루 평균 8천9백여억원에 불과해 지난해 12월의 1조17억원에 비해 11%나 줄었다.

무엇보다 하루 거래대금의 90%를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코스닥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올들어 개인들은 코스닥에서 5조7천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코스닥 폭등을 잊지 못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아직도 코스닥을 '폭탄 돌리기'의 시험무대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컴퓨터 바이러스.로또.태풍 '매미'.돼지 콜레라 등 단기성이거나 실제로는 수혜가 미미한 사안을 근거로 각종 테마주가 형성되면서 시장을 왜곡시켰다.

◇내년에 나아질까=많은 증시전문가들이 내년에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코스닥에 대해선 부정적 전망이 많다.

코스닥의 시가총액 2위 업체인 기업은행이 24일부터 거래소로 옮기는 것을 비롯해 KTF가 내년 상반기 중 거래소로 이전하겠다고 밝힌 것도 악재다. 올들어 엔씨소프트.SBS.강원랜드 등 굵직한 코스닥 등록기업이 거래소로 옮기는 바람에 고전한 코스닥으로서는 내년에도 힘겹기만 한 것이다.

코스닥을 이끌고 있는 인터넷.통신.게임 업체의 내년 사업 전망이 밝지 않은 것도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의 주가상승률이 올해만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 박재석 팀장은 "올해 NHN.다음.옥션.웹젠 등 인터넷.게임업체들의 주가가 강세였지만 내년에는 올해 만큼의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려워 코스닥의 약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세계적인 경기회복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업체의 성장세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또 코스닥 등록기업들의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기 위해 등록.등록유지 요건이 까다로워지는 것과 내년 3월부터 업종 대표 기업만으로 구성된 일명 '스타 지수'가 나오는 것은 긍정적 요인이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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