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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따뜻함이 지구 반대편까지 - 차인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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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호 10면

사진 신인섭 기자

아동학대 예방 홍보대사, 저개발 국가 어린이 구호단체 ‘한국 컴패션’ 홍보대사, 홀트 아동복지회 홍보대사, 고양 어린이 영화제 홍보대사, 북한 어린이를 돕기 위한 ‘굿네이버스’ 친선대사….
탤런트 차인표(41)씨에게 붙어 있는 ‘레이블(이름표)’들이다. 꾸준히 드라마ㆍ영화 출연을 하면서도 이 모든 역할을 해내고 있는 그는 분명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연예인 중 하나. 이런 ‘일인다역(一人多役)’의 삶을 즐기는 듯한 그이지만 유일하게 꺼리는 ‘레이블’이 딱 하나 있다고 했다. 바로 ‘선행(善行) 연예인’이란 것이다.
“선행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까지 꼭 선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많은 사람이 ‘차인표는 바른생활 사나이니까 불법 유턴도 안 할 것’이란 식으로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기부나 봉사는 그 자체만으로 보아야지 그 이상을 기대하는 건 부담스럽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그는 4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를 다녀왔다. ‘한국 컴패션’을 통해 자신이 후원하고 있는 현지 어린이들을 만나보기 위해서였다. 지난해에는 같은 목적으로 인도를 다녀왔다. 올 초엔 부인 신애라씨와 함께 찍은 ‘기아 오피러스’ 광고 출연료의 일부를 이 단체에 쾌척했다. 2006년에도 무려 1억원을 이곳에 후원금으로 낸 바 있다. 자신의 바람과 달리 세상에선 앞으로도 한동안 ‘선행 연예인’이란 레이블을 떼어버리기 힘들 듯하다. 지난달 28일 서울 신사동 ‘컴패션 하우스’에서 그를 만났다.

‘음치ㆍ몸치’지만 밴드 결성
이날 ‘컴패션 하우스’엔 스무 명 남짓의 젊은이들이 노래와 춤 연습에 한창이었다.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공연할 ‘컴패션 밴드’의 멤버들이다. 이 밴드는 ‘한국 컴패션’의 구호 활동을 홍보하기 위해 지난해 5월 결성된 중창단이다. 지난달 초 연습에 들어간 이들은 직장ㆍ학교를 마친 오후 8시쯤 이곳에 모여 자정 넘어까지 호흡을 맞춘다. “실제 무대에서처럼 진지하게 내레이션을 하세요” “연습 중에 잡담은 삼갑시다”라며 중간 중간 멤버들을 다그치는 차씨의 모습이 영락없는 ‘군기 반장’이다.

그러나 정작 차씨 본인은 “음치에 몸치”라고 했다. 밴드 멤버들 가운데 순위를 매기자면 노래 못하고 춤 못 추는 5위 안에 들 것이라 했다. 그럼에도 컴패션의 홍보 도구로 ‘노래와 춤’을 택한 것은 자신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통해 오히려 많은 이에게 감동을 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에서다.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서의 색소폰 연주로 숱한 여성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그인데. 노래를 못한다는 게 의외라고 이야기하자 그는 “(이 외모에) 노래와 춤까지 잘했으면 내가 얼마나 교만해졌겠느냐. 이 역시 하나님의 섭리인 것 같다”며 웃었다.

사람들 시선엔 무관심
그동안 그의 기부와 봉사 활동은 유독 눈에 띄었다. 그만큼 연예인들의 지속적인 선행이 부족했던 탓일 게다. 그러다 보니 그의 행동을 색안경 끼고 보는 시선도 있었다. “무슨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차씨는 “그런 부분에 대해선 사실 거의 신경 안 쓴다”고 말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행복을 위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얼마 전 자신의 여권을 펼쳐 보고 놀랐다고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다녀온 나라가 몽골ㆍ필리핀ㆍ인도ㆍ에티오피아 등 저개발국뿐이었던 것. “훨씬 더 이전 페이지를 보니 미국ㆍ유럽ㆍ호주 등 온통 휴양지를 다녀온 흔적뿐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인생의 만족도는 지금이 훨씬 더 높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죠.”

그는 “연예인은 상대적으로 선행의 기회가 많은 직업”이라고 했다. 컴패션을 비롯, 대부분의 활동이 주최 측에서 먼저 제안이 들어왔던 것이다. 오피러스 광고도 광고대행사 쪽에서 먼저 기부를 제안했다. 그는 자신의 선행과 관련, “제가 어딘가를 가리키면 그곳을 바라봐야지 가리키는 손을 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즉 어느 봉사단체에 기부를 한다면 그 단체의 성격과 활동을 먼저 생각해 달라는 부탁이다. ‘얼마나 많이 벌었기에’ ‘얼마나 튀고 싶으면’ 하는 식의 시선만 없어져도 연예인들의 기부는 훨씬 더 많아질 것이라 했다.

‘잉꼬부부’ 만들기
얼마 전 한 결혼정보업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차씨는 ‘재혼하고 싶은 연예인’ 1위에 선정됐다. 그만큼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는 이미지 역시 잘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가 부인 신애라씨에게 틈틈이 보낸 글은 인터넷에서 자주 화제가 됐다. “당신이 있어 나는 마치 로또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든든해” “나는 어제보다 오늘 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식의 멘트들. ‘영원히 식지 않을 것 같은’ 애정을 과시, 많은 남편의 공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차씨 역시 부부생활에 있어 항상 순탄한 길만 걸어왔던 건 아니라고 털어놓았다. 여느 부부가 그렇듯 심각할 정도의 위기도 겪었다고 했다. 그래도 큰 탈 없이 잘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종교 등 여러 면에서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부부가 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정치 입문 제안
올 초 아버지인 차수웅(67) 우성해운 전 회장의 은퇴와 관련, 이들 부자의 이야기가 미담 사례로 소개됐다. 차 전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34년 동안 꾸려온 회사를 아들 3형제가 아닌 전문 경영인에게 넘겨줬다는 내용이었다.
정보기술(IT) 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장남과 바클레이투자은행 상무인 3남, 그리고 2남인 차씨 모두 회사를 물려받지 않고 자신의 길을 택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그러나 차씨는 이에 대해 “다소 과장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원래 우성해운은 이스라엘계 해운회사 ‘짐 라인’이 최대주주인 회사로 그동안 국내 파트너에게 경영권을 맡겨왔다. 그러나 최근 직영을 검토하면서 차 전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인수, 새 경영진을 세우게 됐다는 설명이다. 차씨는 “아들들이 경영에 나서겠다고 하면 여러 가지로 복잡해지는 상황이었다”며 “모두 자기 분야에서 제 길을 잘 가고 있었던 터라 경영에 나서지 않은 것일 뿐 특별한 미담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에피소드는 그의 이미지에 긍정적인 효과를 더했다.

화려한 결혼과 이어지는 파경, 음주 운전이나 병역비리 등 각종 추문으로 얼룩진 연예계에서 차씨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다. 가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 덕분에 그는 대선ㆍ총선철만 되면 정치권에서 영입 제안을 자주 받는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항상 “NO”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에, 특히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지만 정치권에 직접 뛰어들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정치인이 통일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것은 수십 년에 걸쳐 증명이 됐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비정부기구(NGO) 등 정치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언젠가는 본격적인 통일 활동을 하는 게 그의 또 다른 목표라고 했다. 이미 여러 명찰로 꽉 차 있는 그의 가슴에 조만간 ‘통일 운동가’라는 레이블이 또 하나 붙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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