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축시 강우식(시인) | 솟구치고 용 틀임 치는 소리가 되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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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끊임없이 흐르는 것으로 치면
물은 초지일관이다.
또 유장하게 흐르는 물 속에서도
요지부동, 꿈쩍 않는 것으로 셈하면 바위다.
총칼이 민중의 심장을 겨눠 날을 세울 때
진실의 펜으로 날을 세우고
한반도의 복장에서 태어나
물과 바위의
영원과 불변의
그런 마음 하나로
세상의 소리란 소리들은 모두 모두어
도도히 흐르는 물줄기를 보아라.
저 물줄기 속에는
피로 얼룩진 충정로,
최루탄 가스로 눈물범벅 지던 시청 앞,
전국 방방곡곡 그런 현장에서
열리지 않는 민주주의 문을
돌 같은 주먹으로 쾅쾅 두드리며
서울의 봄을 기다리던 함성이 있다.
이 땅의 억울하고 답답한
속앓이를 한결같이
조선개펄처럼 담아내던 마음이 있다.
가갸거겨, 나냐너녀
우리들의 모국어로, 우리들의 양심으로
정의, 정론으로, 역사의 산 증인으로
막힌 곳은 뚫고, 모자란 것은 메우며
굽이치고 휘돌아나가는 장장한 흐름이 있다.
때로는 장백폭포의 장쾌함처럼
속시원한 기사를 쏟아내고
때로는 백록담의 포근한 품속처럼
우리들의 작은 이야기들도
따뜻하게 담아내는 도량이 있다.
단군 할아버지의
「인간이 되어 지이다」 라는 한 말씀도
아주 잘 삭여서
대추알처럼, 대추알처럼 옹골차게 간직해 온
스물 일곱 해의 이 꽝꽝한 가슴도
저 물줄기와 같거니.
장강의 어느 한 대목처럼
솟구치고, 용 틀임 치는 소리가 되어다오.
모든 것의 한 중앙에 우뚝 서서 생동하는
신문이 되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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