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분수대

영화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이번 주 문화계 최고 뉴스는 영화배우 전도연씨의 칸영화제 여우주연상('밀양') 수상이다. 1987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강수연씨가 '씨받이'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 20년 만의 일이다. 전도연씨와 '밀양'팀은 애국주의적 열광 속에 금의환향했다.

영화계는 수상을 더욱 각별하게 받아들인다. 연출에 이어 연기까지 세계 영화계에 인정받았다는 자부심에, 충무로의 탈출구가 되길 바라는 기대감이 더해졌다. 실제 '밀양' 제작사 측은 수상 이후 저조했던 초반 흥행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밝혔다. '전도연 효과'다.

칸영화제는 베니스.베를린과 함께 3대 영화제의 맏형이다. 3대 영화제는 주최국이 각각 프랑스.이탈리아.독일로 예술영화 강국들이다. 할리우드와는 다른 영화들의 경연장이라는 뜻이다. 상업 극장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다양하고 수준 높은 영화들을 선보인다. 흥행이 아닌 미학으로 평가받는다. 과감한 실험, 급진적인 정치 비판, 가난한 예술혼이 펼쳐지고 격려받는다. 진정한 영화인들의 축제다.

그러나 영화제가 오직 순수한 예술의 장이라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영화제는 영화예술 외에 또 다른 얼굴을 보여 준다. 정치와 돈이다. 영화제는 우선, 영화계 내부 치열한 정치의 장이다. 기간 중 영화 상영 못잖게 중요하게 열리는 '파티'들은 영화제가 네트워크 쌓기의 장임을 보여 준다. 세계 영화계의 '정치'와 '친소'는 때때로 수상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영화제의 또 다른 얼굴은 '돈'이다. 칸영화제가 3대 영화제 중 맏형이 된 데는 영화제 기간 중 함께 열리는 칸 마켓 덕이 크다. 돈이 오가는 대형 마켓이 영화제의 덩치를 키웠다는 것이다. 거기에 할리우드 스타들에 대한 칸의 구애는 유명하다. 예술성 위주의 경쟁 부문과 달리 비경쟁 부문을 통해 할리우드 스타들을 초청한다.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가 터지고 세계적 기업의 광고가 붙는다. 스타들은 아카데미상의 전통인 레드 카펫도 밟는다. 화려한 드레스, 천문학적 가격의 액세서리들이 관심사가 된다.

그뿐 아니다. 영화제 대목이면 도시 전체의 물가가 치솟는다. 엄청난 비즈니스다. 한때 니스에 가려 보잘것없던 해변 도시가 세계 문화 권력의 중심, 부자 도시로 재탄생한 경위다. '영화제 마케팅' '문화도시 마케팅'의 전범이 된 배경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배고픈 영화예술의 바다에 풍덩 빠지고, 한편으론 정치와 장사의 주판알을 열심히 튕기는 것. 그것이 영화제의 두 얼굴이다.

양성희 문화스포츠 부문 차장